"SK는 성적이 우수하지만 장애인 고용이라는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SOVAC) 2019'.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인 베어베터를 운영하는 김정호 대표가 메인행사 패널로 나왔다. 그는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정작 사회가 부여한 중요 임무인 장애인 고용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행사 직후 기자들을 만난 최 회장은 "(김 대표의 지적은) 좀 당황은 되지만 맞는 말씀"이라며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러고는 "열심히 하려고 애썼는데 왜 안됐는지 모르겠다. 안되면 무조건 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무조건 하겠다"는 최 회장의 약속 이후 SK그룹이 장애인 고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18일 장애인 바리스타 26명을 직접 고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지난 17일부터 SK㈜ C&C의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사옥과 판교캠퍼스에 위치한 사내 카페 '카페포유(Cafe4U)' 3곳에 배치돼 근무를 시작했다.
SK㈜ 관계자는 "장애인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방안을 고민한 결과 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해 사내카페를 일터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이들에게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급여와 자기계발비, 교통비 등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페포유로 첫 출근한 곽예린 씨는 "카페포유를 찾는 모든 분들을 위해 행복을 담은 커피를 준비하겠다"며 입사의 기쁨을 전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키움'과 '행복디딤'을 각각 세우고 중증장애인 21명과 경증장애인 4명을 고용했다. 행복키움은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 내 카페 2곳을, 행복디딤은 세차장을 운영한다.
지난달 21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행복키움과 행복디딤 개소식에는 장애인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곳에 취업한 아들을 둔 배미희 씨는 "아들이 행복디딤에서 근무하며 사회에 잘 적응해 기쁘고,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모습이 대견하다"면서 회사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도 지난 5월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채움'을 통해 장애인 17명을 뽑았다. 선발된 장애인들은 오는 22일부터 SK실트론 공장에 출근해 환경미화 등 사업장 관리업무를 맡는다.
SK그룹은 향후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의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연 '제주포럼'에 참석해 "저희도 노력해왔지만 (사회적 가치의 성과가) 아직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