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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 격변]③돈 쓸 곳 많은데…불안한 곳간

  • 2019.07.23(화) 08:40

업황 악화속 설비투자로 재무부담 우려↑
국내외 신평사 예의주시…우려 표하기도

국내 주요 정유·화학사의 조단위 투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부상하고 있다. 호황기를 거쳐 탄탄해진 기초체력에도 업황부진으로 지출부담이 과중해질 것이란 걱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화학사(정유 4사, LG화학, 롯데케미칼)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 1분기말 기준 9조5681억원으로 호황기 첫 해였던 2015년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

이 지표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간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의 총합이다. 기업의 재무 안전성 지표로 '기초 체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다. 정유·화학사가 2015년부터 3년간 호황기에 쌓은 이익이 곳간에 찼다.

다만 두둑해진 곳간에도 회사들이 대규모 지출을 버틸 체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우려가 제기된다. 수요를 위축시키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 글로벌 경기둔화, 공급을 넘치게 하는 북미 등의 설비증설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 정유 및 화학 업계 기초체력과 별개로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정유, 화학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는 2018년 들어 전년 대비 높아졌다. 설비투자 등 자본적지출액 총합이 2015년 4조3239억원에서 2018년 9조9430억원으로 늘면서 '버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들어 이들 업체 모두 EBITDA가 전년 대비 저하된 바 있다. 순차입금과 EBITDA는 신평사들이 정유·화학사 신용평가시 주요하게 보는 항목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는 이미 정유, 화학사의 앞으로의 재무여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회사의 신용등급을 여러 구간으로 나눈다. 신용등급에 따라 회사가 회사채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 등 조달비용이 결정된다. 두 업계는 대규모 투자비 일부를 외부 차입금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등급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비 및 배당정책으로 인한 정유 및 화학사의 '수익성 방어'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신평사는 더 공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초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데 앞으로 2년간 연간 2조~3조원, LG화학이 향후 3년간 배터리 및 화학공장 증설에 6조원을 투자하는 등 지출을 늘림에 따라 '신용등급을 유지할 여력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박준홍 S&P 이사는 "수출 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를 비롯해 정유 및 화학 산업의 경우 향후 1~2년 동안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P는 물론 무디스 등 여러 해외 신평사들이 연말 국내 정유, 화학업계 신용등급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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