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고전했던 정유주가 하반기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제품 수요가 줄어든 상반기와 달리 경유를 중심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규제 조치에 따른 수급 호재가 자리 잡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7.4달러로 오른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7.5달러)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최종 제품 가격에서 제품 생산에 드는 부대 비용을 뺀 수치다. 마진 규모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구조로 제품 수요와 원유 가격 등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최근 정제마진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데는 미중 무역분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시장에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우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경기 악화로 석유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내 원유 생산이 확대되면서 공급이 늘어나 원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9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9.32달러로 1년 전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이 여파로 국내 정유사 실적은 고꾸라졌다.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2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S-Oil 연결 영업이익은 179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72% 축소했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시행되는 IMO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수치 규제가 정유주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IMO 규제에 따라 해운사들은 내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류를 줄여야 한다. 기존 선박연료유를 사용하려면 황함량을 줄여주는 클리닝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황함류가 낮은 저유황유와 경유 등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정유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고유황유 생산량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선박용 경유 생산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IMO 시행 효과만으로 하반기 경유 수요가 현재 대비 3~5%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MO 규제 시행을 앞두고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유 전환 작업은 물리적으로 10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호적인 산업 환경 변화 기대로 선제적으로 국내 정유사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1시 기준 S-Oil 주가는 9만6300 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5400원(5.94%) 올랐다. S-Oil 우선주는 2000원(3.96%) 오른 5만7800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시간 9000원(5.77%) 오른 16만5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고점 기록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