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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연료 황 함유량 규제' 정말 정유업계 호재?

  • 2019.09.20(금) 17:14

'IMO 2020' 내년 실시…황 함유량 낮춰야
강제성 없어 긍정·부정 의견 공존해

정유업계에게 하반기는 대목으로 꼽힌다. 나들이 시즌이 도래하며 주요 제품인 휘발유, 경유 수요가 늘어나서다. 정유사 주가를 예측하는 증권사 리포트에는 이를 '드라이빙 시즌'이라고 칭하며 실적개선을 예측한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개선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예년에 비해 높아진 기름값으로 기름 수요가 예년에 비해 잔뜩 움츠러 들었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힘을 못쓰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원유 제품가격에서 원료값, 운송비 등 제반비용을 제외한 손익계산서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될 'IMO 2020' 규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해를 지나는 선박에 투입되는 벙커C유 황 함유량 허용치를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다.

배가 움직이기 위해 연료를 연소할 때 황이 많으면 더 많은 황산화물을 배출해 미세먼지를 유발해서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대기오염을 자동차의 수백배 이상 유발하는 선박연료를 강제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을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유업계와 증권계는 이를 호재로 규정한다. 고유황유 황 함유량을 낮추기 위해 비교적 황이 적은 경유 등을 섞는 수요가 하반기부터 늘 것으로 본다. 벙커C유는 기름 찌꺼기로 경유에 비해 저부가 제품이다. 반면 신중한 반응도 적잖다.

◇ 'IMO2020, 강제성 없어'

IMO2020에 따른 정유업계 수혜가 미미할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근거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IMO는 해당 규제이행을 위한 벌금, 입항금지 등의 강제수단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IMO의 규제는 사실상 권고 수준이다. 각국이 환경을 보호하려는 선의에 기대야 하는 셈이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 규제인 선박평형수 관리협약(BWMC) 사례를 들며 IMO2020에 대한 선사들의 반발 가능성을 일부 제기했다. BWTS는 배가 균형을 잡기 위해 쓰는 바닷물을 흡입하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미생물 등을 제거하는 장치다. 서로 다른 해역의 미생물이 섞여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IMO가 2017년 발표했다. 하지만 여러 선주들의 반발로 협약 적용시점이 2022년에서 2년 뒤로 유예된 상태다.

IMO 2020 역시 비용상승을 우려한 선주들의 반발로 규제적용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단 분석이다. 선박업계 매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10%대로 높기 때문이다.

선주들에게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세 가지 길이 있다. 유황이 덜 들어간 저유황유를 쓰는 게 첫번째다. 다만 이는 기존 고유황유 대비 가격이 1.5배 가량 비싸다.

두번째로는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스크러버를 다는 것이다. 설치비용만 50억원대다. 더욱이 기존처럼 고유황유를 사용해도 되는 만큼 선사들이 대거 채용할 경우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황을 벙커C유 대비 90% 이상 덜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도록 선발을 개조하는 방법이다. 다만 개조비용이 들고, 각 항구별로 선박연료를 주입하는 벙커링 시설이 부족해 단기간에 LNG선으로 전환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친환경 기조, 거스를 수 없어'

다만 IMO 2020 그 자체가 아닌 환경을 강조하는 각국, 업체들의 기조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여러 선진국은 이미 자국 영해를 배출규제해역(ECA)으로 지정했다. 영해에 들어서는 선박의 연료 황함유량을 0.1%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하는 IMO의 기준이다. ECA 기준을 지기지 않는 선박은 해당국에 입항이 금지된다. 중국 역시 ECA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영해뿐만 아니라 공해상으로도 각국의 환경보호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유황유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 고유황유와 가격 격차는 연초 톤당 60달러에서 최근 130달러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스크러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주들이 내구연수가 얼마 남지 않은 선박에는 저유황유를 쓰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등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가 설치되지 않아서다.

선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현재 5~10%대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업계는 선사들이 신규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한다 해도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한다. 설치기간 동안 배를 운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정유업체는 스크러버 설치 선박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스크러버 선박에 대해서도 고유황유 공급계약을 지속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선박에 지난 3월 지난 3월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기관과 현대상선과 같은 조선·기자재업계와 스크러버 '설치 상생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크러버를 달아주면서도 납품처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기름을 정제하면 고유황유가 피치 못하게 나오는 만큼, 저유황유를 팔면서 고유황유 시장도 놓치치 않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황 벙커C유 수요가 증가하며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동량의 90%를 점유하는 대형 선사들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10~20%에 불과하다"며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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