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자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본인이 직접 챙기며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 건립 추진지로도 줄곧 언급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동남아시아 시장 점검을 위해 출장 중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5일 오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정 부회장에게 "현대차는 가장 진취적인 회사로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왔다"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 꼭 성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으며 직접 챙기겠다. 한국 방문 때도 현대차를 방문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인 시장이고 시장 진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며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시장 진출 검토에 큰 힘이 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판매 확대보다는 고객이 진정 좋아하는 제품이나, 판매방식 등에서의 혁신을 모색할 것"이라며 "미래 기술을 과감히 접목시키는 방안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에는 인도네시아 아이르 랑가 산업부 장관과 토마스 램봉 투자조정청장 등 주요 경제분야 장관들도 배석했다. 정 부회장은 공기업부 장관, 해양조정부 장관 등 인도네시아 주요 부문 장관과 시장 관계자들도 별도로 만나 상호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현대·기아차 아시아·태평양권역본부 업무보고를 받고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 확대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5대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시장 확대의 기반으로 삼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완성차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차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진출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G20 정상회담에서도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산업수요는 104만7000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올해도 작년 보다 4.4% 증가한 108만대 수요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동남아 최대 카헤일링(차량호출) 업체 '그랩(Grab)'과 협력을 통해 현재 싱가포르에서 코나 전기차(EV)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지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인도네시아 첫 경전철을 제작해 공급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공장 증설과 터놈 수력발전사업 수주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인도네시아 파트너사와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아시아권 시장과 사업현장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권역장 회의를 주재한 뒤 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北京) 1공장 폐쇄 등의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18일에는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2019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프레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을 찾았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보복과 관련한 현지 상황 점검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