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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 '월급쟁이 부회장' 사라진다

  • 2020.01.23(목) 15:55

삼성전자 3→1 김기남, 현대차 4→1 윤여철 뿐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승계 과도기..경영진 젊어진 영향도

재계 1·2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월급쟁이' 부회장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연말연시 정기인사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회장의 '2인자'로 꼽히던 이들이 사업 일부를 총괄하는 역할 등은 후임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새로 부회장 타이틀을 다는 이는 드물다 보니 그렇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는 샐러리맨 부회장이 단 1명씩밖에 남지 않게 됐다.

지난 20~21일 정기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에서는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67)과 함께 대외업무(CR, Corporate Relations)를 담당해온 윤부근 부회장(66), 인재개발담당을 맡았던 신종균 부회장(64) 등 2명의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번 인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내 부회장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3명이었다. 하지만 2명이 일선에서 빠지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61) 1명만 남게 됐다.

윤 전 부회장이 맡았던 CR 업무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한 뒤, 2017년말 고문으로 물러났던 이인용 사장이 2년여 만에 다시 복귀해 맡았다. 신 전 부회장이 맡았던 인재개발 총괄은 후임을 두지 않았다. 실질적 업무라기보다는 그가 IT·모바일(IM)부문장 겸 대표이사(사장)에서 물러난 뒤 명예직으로 부여받은 차원이었던 때문이다.

삼성그룹에는 이건희 회장 와병 직전인 2013년께만 해도 전자에 3명(강호문, 최지성, 권오현)을 비롯해 삼성생명 박근희, 삼성물산 정연주 등 많게는 5명의 총수 일가 외 부회장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외 계열사에서는 부회장 명맥이 이어지지 않았고, 전자 역시 3명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1명까지 줄어들었다.

샐러리맨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2014년만 해도 현대차에는 ▲설영흥(중국사업) ▲윤여철(생산담당) ▲신종운(품질총괄) ▲김용환(기획조정) ▲양웅철(연구개발) ▲최한영(상용차) 등 6명의 총수 일가 외 부회장이 있었다. 그룹 내 계열사에 ▲이형근(기아자동차) ▲박승하(현대제철) ▲한규환(현대로템) ▲김원갑(현대하이스코) 등을 합치면 총 10명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재작년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전인 2017년말 기준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등 총 4명으로 부회장단이 줄었고, 작년말 인사 이후 기준으로는 윤여철(67) 부회장 단 1명만 부회장으로 남았다. 윤 부회장도 생산담당 업무는 작년말 사장으로 하언태 울산공장장에게 넘겨 현재는 정책개발 분야 만으로 업무를 줄였다.

현대차그룹을 통틀어서도 2014년 10명이었던 총수 일가외 부회장은 이듬해 곧바로 7명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현대로템에 적을 뒀던 우유철 전 부회장 등이 용퇴하면서 올해 기준으로 김용환(현대제철, 64), 정진행(현대건설, 64) 등 단 3명만 남았다.

이처럼 재계 수위 대기업에 부회장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경영권 승계의 과도기여서 나타나는 변화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등이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빠지면서 아버지 세대의 '가신(家臣)', 승계 경영인의 '경영 교사' 격이었던 인물들이 역할을 다하고 퇴장하는 수순이란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히 총수가 40대, 50대 초반인 경우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도 그 만큼 젊어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예우 차원 아니고서는 부회장 직함을 부여할 만한 인사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며 "또 삼성과 현대차는 총수 본인의 직함이 '부회장'인 상황이라 조직 차원에서도 새 부회장 임명이 버거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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