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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재계 총수 새해 행보

  • 2020.01.16(목) 10:42

정의선, CES서 모빌리티 변화 역설
최태원, 올해도 '소통·사회적 가치' 전도사
재판·인사 앞둔 이재용, 조직수습 구광모 '정중동'

2020년 새해를 보름 가까이 보낸 주요 대기업집단 총수들이 제각각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의 당면과제나 처한 상황에 따라 움직임은 꽤 다르다. 국경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는 총수가 있는가 하면, 이와 대조적으로 조용히 내부 현안과 조직을 추스리며 실리를 챙기는 이도 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새해가 밝자마자 내부 신년 행사와 문재인 대통령 주최 신년회에 참석하고 이틀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에 출격했다.

정 부회장은 CES에서도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세계 각국에서 모인 언론매체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각)에는 현대차 미디어 행사 단상에 올라 이 회사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상용화 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이어 7일 우버와 UAM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체결식은 양사가 함께 개발한 전폭 15m, 전장 10.7m의 거대한 PAV(개인용 비행체) 'S-A1'의 실물 모형 앞에서 치러졌다. 이런 행보는 정 부회장이 제시한 현대차의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굵직한 슬로건이 말뿐이 아니라는 평가도 이끌어 냈다.

CES를 마치고 돌아온 정 부회장은 오는 21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할 계획을 잡고 있다. 정 부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같은 곳에서 그룹 신입사원 700여명과 함께 즉흥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외부에 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SK 신년회가 신년사를 없애고, 객석에서 이해관계자, 신입사원 등의 대담을 듣는 파격적인 무대였던 것처럼, 신입사원들과의 대화도 아무 각본없이 실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추첨 등을 통해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최 회장은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올해 역시 '사회적 가치'를 역설하는 '행복 전도사'로서의 행보를 외부에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다보스에서 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아시아 시대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한 공식 세션의 패널로 참여한다.

다보스 포럼의 올해 주제는 '더 공정한 경제, 더 좋은 비즈니스, 건강한 미래'다. SK의 '사회적 가치'와도 맥이 같다. SK는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주제로 하는 세션을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위)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7일(현지시간) CES 2020 현대차 전시관에서 'UAM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아래)최태원 SK 회장(가운데)이 15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행복추구를 다짐하고 있다./사진=SK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대통령 신년회 이후 아직 외부에 노출된 일정이 없다. 하지만 둘 모두 그룹 등 내부 현안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이 부회장이 조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당장 오는 17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지난달까지 열린 세 차례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에 내부준법제도 마련, 구체적으로 "정치권력으로 또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차원의 답"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은 새해 들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를 설치키로 했다. 이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7개 계열사가 준법실천식도 가졌다. 하지만 이는 재판에 피고로 나서야 하는 이 부회장이 직접 앞에 나서기 어려운 일들이다.

삼성은 통상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해 왔지만 안팎의 상황 탓에 작년에는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이 부회장은 재판에 앞서 준법경영 의지를 외부에 보여주는 일을 물밑에서 조율하고 보고 받는 동시에, 공판 직후 시행할 인사와 조직개편 관련 사안들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초인 만큼 내부 일정을 챙기느라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새해 첫 공식 일정인 시무식도 영상 메시지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은 뒤 조직 내부를 챙기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데다 LG전자,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이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있다. 그런 만큼 그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실용주의', '책임 경영'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해 사업 현황 보고를 받는 동시에 경영전략 조율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LG측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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