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설립 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발행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을 모두 갚고도 남을 만큼 공격적이다. 저금리 기조를 활용한 선제적 자금 확보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해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첫 신용등급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글로비스의 이번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부여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액 발행에 최저금리까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5일 3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만기는 5년물과 7년물로 각각 1900억원, 1100억원씩 발행할 예정이다.
당초 예정된 발행 규모는 1500억원이었다.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 어치 발행을 계획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발행 규모의 6배에 달하는 9100억원의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초과청약(오버부킹)에 성공하면서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요예측에서 희망금리 밴드를 5년물과 7년물 모두 AA등급 민평금리에서 -25bp~15bp포인트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5년물에는 총 41개, 7년물에는 21개 기관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일부 기관들은 현대글로비스가 제시한 희망금리 밴드 하단(-25bp)보다 훨씬 더 낮은 금리에도 투자 주문을 넣었다. 투자 수익이 적어도 믿고 살 수 있는 우량물인 만큼, 채권북(Book)에 일단 담고 보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5년물의 경우 -50bp에 1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다. 7년물은 -27bp, -30b, -32bp에 총 500억원의 투자 신청이 들어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들을 모두 유효 수요로 끌어 안으면서 발행 금리를 대폭 낮췄다.
5년물은 AA등급 민평 대비 -11bp, 7년물은 AA등급 민평 대비 21bp 차감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수요예측 당일 AA등급 금리(한국자산평가 기준)가 5년물 1.78%, 7년물 2.01%. 따라서 5년물 발행금리는 1.67%, 7년물 발행금리는 1.79%가 예상된다.
같은 날 AA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가 5년물 1.7~1.9%, 7년물 1.9~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AA등급 내 최저금리 발행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상 첫 회사채 발행에 증액과 최저금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현대차 계열 AA등급 물량...투심 자극
이같은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현대글로비스의 회사채는 AA의 우량 등급으로 투자 수요가 기본적으로 많이 따르는 채권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우량물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현대글로비스는 회사채 발행에 앞서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부여 받았다. 이들은 현대글로비스의 높은 현금 창출력, 투자 대비 안정적인 재무상황, 모기업 현대차그룹을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현대글로비스의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898억원으로, 2016년(5952억원)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선대투자가 이뤄지면서 부채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116.9%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9.6% 증가했지만, 금융당국이 권고한 150% 이내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수익성 역시 꾸준하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765억원으로 2018년보다 23.4% 증가했다. 해운 분야 영업이익은 2017년 384억원, 2018년 774억원에서 지난해 1557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등 회사채 발행이 잦은 다른 계열사와 달리 현대글로비스는 첫 발행이라는 점도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당시 현대모비스와 함께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거론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운용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지급해야 하는 매입대금 결제용으로 쓸 방침이다. 다만 실제 자금 사용일까지 은행 예금 등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통해 운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