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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팔만한 거 없나' 현금 확보 나선 기업들

  • 2020.04.22(수) 17:29

한진, 비주력 자산 매각중…SK, 해외사 지분 처분
현대차·두산 등 현금확보 비상…회사채 시장도 타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매각하고, 회사채 발행을 타진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비핵심, 비수익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전날 롯데렌탈에 렌터카 사업을 600억원에 매각하는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대한항공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와 건물 매각도 진행 중이다. 주력인 택배, 물류, 항공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촉발된 여객 운임수요 감소 등으로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자산매각은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자금수요가 더 커진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그룹사들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에서 발전사업을 하는 계열사 SK E&S는 16일 중국 3대 민영 가스업체 차이나 가스홀딩스 지분 10.25%(5억3503만주)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시간외 대량거래(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 금액은 총 1조8140억원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차입금 증가, 배당확대 등으로 회사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자 이에 대응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다. 여기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도 현금 확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이 회사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해외 신용평가사 S&P도 신용등급(BBB) 전망을 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현대제철은 강관 사업부 매각, 서울 잠원동 사옥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확산되자 전 계열사에 '최대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회사채 시장에 나오고 있는 이유다.

두산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자산매각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차원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수출입은행에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전달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을,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를 제작하며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혀 왔다. 

기업들이 자산매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코로나19로 자금조달 창구 자체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등 공모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550억원으로 전월 12조3380억원보다 절반 이상 급감했다. 특히 22일 기준 3년 만기 AA- 무보증 회사채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격차가 1.157%포인트로 연초 0.58%포인트보다 약 두 배가량 벌어지는 등 회사채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급한 대로 자산을 매각해 돈을 채우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초 중국 베이징타워를 1조3000억원 가량에 매각한 LG그룹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자칫 매각작업이 지연됐을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매각 성사여부는 물론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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