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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질주]멀리 본 '팀 코리아'의 선전

  • 2020.06.02(화) 08:20

LG화학 1위 달성...국내 3사 분투
꾸준히 기술력 제고...경쟁력 높여
중국 고집 않고 위험은 분산시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아시아 배터리 업체에 종속될 것."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9년 미국 GM과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햇을 때 미국 언론 CNN이 낸 우려다. 기술 진보와 원가 절감으로 전기차 원가에서 차지하는 배터리 비중이 40%까지 낮춰졌음에도 배터리의 중요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 3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친환경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시장에서 손 꼽히는 결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거둔 성과와 앞으로 다가올 과제를 점검한다.[편집자주]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자." 1990년대 다 쓰고 난 뒤에도 재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 리튬이온배터리 부문 적자에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다. LG화학은 1999년 소형 전지 양산에 성공한 뒤 여세를 몰아 2009년에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 '볼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개발하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출력은 50% 높고 무게는 절반, 부피는 60%에 그치는 다음 세대 제품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위상은 남달라졌다. LG화학이 최초의 이정표를 밟은 이래 이제는 최고의 위치를 목표로 각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물론 국내 배터리 3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모두 길게는 10년 이상 전기차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시대의 주인공이 될 전기차 시대를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 '첫 선두'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올 초부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27.1%로 LG화학이 차지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래 국내 업체가 선두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내수 시장을 꽉 잡은 CATL이 지난 3년 간 연간 기준으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 이전 LG화학은 2017년과 2018년 연속 4위를 기록하고 2019년 3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발목 잡힌 중국 추월
LG화학 필두 점유율 급상승해
기술력, 고객사 다변화의 성과

다른 국내 배터리사도 순위를 가파르게 끌어 올렸다. 삼성SDI는 2017년 5위를 기록한 뒤 2018년 8위로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 5위, 올해 1분기에는 4위까지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39위, 2019년 연간 9.5%로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이번 1분기에는 7위로 올라섰다. 국내 3사가 차지하는 점유율 총합은 37.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4%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전세계 전기차의 3분의 1에 국내 배터리사 제품이 탑재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약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지난 1분기 현지 공장들이 대거 정지하고, 내수 시장이 침체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국 내수 전기차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 기업들이 휘청거리며 만들어진 빈 자리를 국내 기업들이 차지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BYD와 CATL의 1분기 순이익은 1억1300만 위안(약 194억), 7억4200만 위안(약 12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85%, 29.1% 급감했다.

◇ '어부지리 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가 가만히 앉아서 시장 특수를 누렸다고는 보기 어렵다. 나름의 기술력, 시장 전략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고 볼 개연성도 있다.

우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일본 업체들이 니켈수소에 고심하던 때 리튬이온 배터리로 발 빠르게 시장에 나섰다. 그 이후 리튬이온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꾸준히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이뤄진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60%, 80%인 제품을 각각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니켈을 많이 넣을수록 가격이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여 원가가 절감되는 동시에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능력이 높아진다.

반면에 중국 업체들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지만 니켈이 아닌 철이 들어간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력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원가는 반값이지만 주행거리가 많게는 절반 이상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또한 고객사를 여럿 확보해 위험을 분산한 전략도 주효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에 크게 의존한다. 기술력이 좋지 못해 그간 해외 영업력이 부족해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여러 대륙에 고객사를 뒀다.

LG화학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중국 지리자동차, 아우디, 쉐보레, 폭스바겐, GM 등 여러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테슬라 중국 공장 생산 제품에 납품계약을 체결하며 파나소닉의 테슬라 독점 체제를 깼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르노,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을,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다임러, 기아차, 포드 등에 제품을 납품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보조급을 지급하지 않은 2016년부터 국내 기업들은 해외 영업망 확충에 더 열을 올렸다"며 "오랜 기간 개발한 기술과 영업력이 올해 1분기 좋은 성적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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