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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맛집' 한국 예약한 카타르, '노쇼'는?

  • 2020.06.03(수) 16:24

카타르, 한국 LNG선 100척 도크 '예약'
"예약 모두 발주 안 될 수 있지만 노쇼는 없다"
韓, 카타르 가스 수입 1위 '윈윈'…물량공세 中 변수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이 한국 조선 빅3의 도크(dock·선박건조대)를 예약했다.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주문할테니 도크를 비워두라는 계약을 맺으면서다. 계약금을 받은 '본계약'은 아니지만 '노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는 최대 23조 6000억원짜리 수주로 오랜 불황에 빠진 국내 조선업이 물꼬를 텄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물량공세를 앞세운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 '슬롯계약'이 뭐지?

지난 1일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에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급받는 '계약(agreements)'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삼성중공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계약을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라고 표현했다. 이 '증서(Deed)'에 사인은 했지만 구체적인 물량, 가격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계약금이 오간 것도 없다.

업계에선 이번과 같은 계약을 통상적으로 '슬롯(도크)계약'이라 한다. 슬롯계약은 선주사가 미리 조선사의 도크 자리를 예약하는 것으로, 식당 예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식당을 예약할 땐 음식값을 지불하지않고도 최대 참석 인원에 따라 미리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카타르 페트롤리엄도 '본계약'에 앞서 'LNG선 맛집'(한국 조선사 3사)의 자리(도크)를 예약한 것이다.

이 계약에 강제력은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강제력이 있다. 조선소는 선사의 요청에 따라 도크를 비워 두어야 한다"며 "다만 슬롯계약을 했다고 해서 처음에 약속했던 물량이 모두 발주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카타르는 국내 조선3사에 90척의 LNG 운반선을 '슬롯 예약'했지만 실제로 수주한 것은 53척이었다.

한국 조선 3사가 이번 계약을 동시에 사인했지만 앞으로 물량을 얼마나 분배 받을지는 본계약 전까지 알수 없다. 3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도크 상황에 따라 배정 물량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울수 있는 도크가 많지 않다면 아무리 기술력과 영업력이 뛰어나도 물량을 많이 받긴 힘들다는 얘기다.

◇ 카타르, 왜 한국 택했나

카타르는 인구 277만명이 거주하는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에서 천연가스 매장량이 3번째로 많은 자원 부국이다. 특히 LNG는 연간 생산량이 810만톤 규모로, 전세계 1위 수출국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돈독하다. 지난 2018년 기준 카타르가 두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146억3000만달러)이다. 이 중 대부분이 LNG가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LNG 중 32.4%(1425만톤)가 카타르산이었다. 카타르 페트롤리엄 입장에선 한국이 '큰손' 고객인 셈이다.

이번 'LNG선 계약'에도 이 같은 '교역관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비즈니스'의 기본 원리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한국에 LNG를 팔고 한국 조선소는 카타르에 LNG선을 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입장에선 카타르가 갑이고 조선소가 을이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카타르가 을이고 한국이 갑"이라며 "2004년에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한국 조선소가 다 쓸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한국 조선사의 경쟁자로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중국 조선소 후동중화와 '8척 건조+8척 옵션'의 슬롯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조선소가 한국보다 먼저 카타르로부터 LNG선을 수주하자 국내 업계엔 긴장감이 돌았다.

중국 조선소의 LNG선 기술은 한국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의 물량 공세에 선주사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선 컨소시엄 형태의 국제 자본이 필요한데 이때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며 "또 중국 정부는 저리의 선박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선주사 입장에선 큰돈을 들이지 않고 배를 발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조선소에 비해 기술력이나 납기일 준수 등은 여전히 못 믿을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물량공세에 힙입어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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