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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적자' 포스코, 불씨는 살렸다

  • 2020.07.22(수) 11:23

[어닝 20·2Q]포스코, 5.8조 철강 팔아 1085억 손실
해외 차 공장 셧다운…철광석 가격은 상승
가격 인상 등으로 올 매출 목표 1.8%↑

"미증유(지금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의 어려운 시기였다."

지난 21일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IR)에서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이 내놓은 총평이다. 30년 넘게 포스코에서 일한 '아이언맨'에게도 이번 코로나19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전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철강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은 하락했지만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3중고' 압박에 포스코는 사상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지금껏 한 번도 겪지 못한 위기가 닥치자,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실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밝다. 포스코는 가격 인상에 돌입했고 올해 매출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포스코의 사상 첫 적자보다 하반기 실적 개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안 좋나

올 2분기(4~6월) 별도기준 포스코 영업손실은 1085억원이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7243억원)과 비교하면 8328억원의 이익이 1년만에 사라졌다. 매출은 일년전보다 21.3% 감소한 5조8848억원이었다.

포스코가 2000년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분기 손실을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에도 37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가 처음 설립된 1968년으로 시기를 넓혀도 적자 분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쟁 철강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지난 1분기에도 포스코는 45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번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생산판매량 감소로 2066억원, 판매가격 하락으로 3677억원의 이익이 각각 감소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 실적이 포함된 연결 실적도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6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4.3% 급감했다. 매출은 13조7216억원으로 15.9%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6.5%에서 1.2%로 뚝 떨어졌다.

차 공장 셧다운 직격탄

50년 넘게 꺼지지 않던 영업이익 '불씨'가 사그라든 이유는 코로나19에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포스코의 주요 고객인 해외 완성차 회사가 셧다운에 들어갔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2분기 가격에 가장 큰 영향 끼친 것은 자동차 수주량 급감"이라며 "해외 자동사회사가 (공장)가동을 중단하면서 포스코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동차 강판이 포함되는 '월드톱프리미엄(WTP)' 2분기 판매량은 171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30.1% 감소했다. 김영중 실장은 "차 강판은 WTP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해 1200만톤 이상을 자동차 산업에서 수주하는데 올 2분기에는 평균 수주량의 절반도 안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원자재인 철광석의 가격이 고공행진중인 점도 부담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철광석 가격(USD/ton)은 111.7로 지난해 평균보다 19.54%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반기는 달라진다

포스코가 사상 첫 적자를 냈지만 하반기 전망은 밝게 보고 있다. 이날 포스코는 올해 매출 전망치가 25조7115억원이라고 정정공시했다. 지난 4월 밝힌 전망치보다 1.8% 상향 조정한 목표치다.

우선 가격 협상이 포스코에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영중 실장은 "전체 판매의 45%를 차지하는 수출물량의 가격은 이미 톤당 20~30달러가 인상돼, 이번달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수시장은 업권별로 가격 협상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다. 김 실장은 "내수는 시차가 있지만 유통, 재압연, 파이프 등은 가격 인상을 협상중이고 수주가 부진한 조선은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포스코도 원료가격인 철광석이 인상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수 차 시장은 가격이 동결됐다.

해외시장 상황도 나아지고 있다. 김광무 철강기획실장은 "조기 경제재개로 오히려 판매가 확대된 중국, 관세가 10%에서 17%로 인상되는 터키, 일본 야마토와 협업이 본격화되는 베트남, 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취해진 태국 등 해외법인은 3분기부터 가동률이 오르고 시장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락다운이 지속되고 있는 인도 등 해외법인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철광석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욱 포스코 원료실장은 "중국의 계절적 비수기나 환경규제로 인한 수요 약세로 철광석 가격은 85~90달러로 하향안정화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 재확산 우려와 미·중 환경 악화로 가격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회복 궤도 문제 없다"

시장에서도 사상 첫 적자보다 하반기 전망에 배팅하는 분위기다. 22일 현재 포스코 주가는 4%대 오른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속도의 문제일 뿐, 2분기를 바닥으로 포스코의 실적 회복 궤도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컨센서스에 부합했다"며 "수요회복과 가격상승으로 3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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