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바닥은 없었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별도재무제표 기준)를 냈던 포스코가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철강 주문량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했고 비용도 마른 수건 짜듯 절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영업이익률,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비싼 철광석 가격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겼다.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은 23일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 3분기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중국·동남아 중심으로 철강 수요가 회복되고 철강 가격도 상승했다"며 "하지만 인도 등 국가의 불확실성은 지속되는 혼돈의 시기였다"고 총평했다.
◇ 흑자전환 비결은
이날 포스코는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619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한 지난 2분기 포스코는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코로나19 충격'을 한 분기 만에 극복한 것이다.
흑자전환은 다시 회복된 매출 덕에 가능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6조5779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1.8%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완화하면서 주문량이 늘고 지난 8월부터 철강 가격도 인상되기 시작한 덕분이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수준으로 판매관리비를 관리하면서 매출 증가분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졌다. 김광무 철강기획실장은 "올해 저가 원료를 구매해 사용까지 일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원가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진이 큰 고부가가치 상품인 자동차 강판의 지난 3분기 판매량은 75만톤으로 직전분기보다 61.6% 증가하며 흑자전환 발판을 마련했다. 김영중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2분기 차 강판이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3분기부터 차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강판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성적이 반영되는 연결 기준 실적은 더 선방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667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297.5%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14조2612억원)은 3.9% 늘었다. 포스코와 함께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등의 자회사 실적이 개선된 덕분이다.
포스코의 해외 생산법인도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장가항STS 등 해외 철강생산법인의 지난 3분기 총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김광무 철강기획실장은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해외 법인이 필요한 재고 외엔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시황이 회복하는 시기에 오히려 이익이 빨리 회복됐다"며 "여기에 해외 자동차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실적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이익률 회복은 언제쯤
현금을 쟁여두는 비상경영 체제 덕에 재무건전성은 더 견고해졌다.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자금시재는 12조9048억원으로 일년전보다 64.4% 증가했다. 시재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해 최소한 보유하는 일종의 현금으로 현금·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 등이 포함된다. 평상시 포스코는 외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2개월은 버틸 수 있는 시재를 보유하는데,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시재를 더 쟁여둔 것이다.
200% 이하면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부채비율도 지난 3분기 별도기준 28.6%에 머물고 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71.8%)도 우수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60.5% 급감한 상황이다.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4%로 작년 3분기(8.6%)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연결 기준으로 작년동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35.9%, 매출은 10.8% 각각 감소한 상황이다.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률도 4.7%에 머물러 있다. 오는 4분기 성적표를 봐야 코로나19 위기를 온전히 극복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연말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산업생산 회복과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확대로 4분기에는 판매량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철광석 가격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0.54달러로 일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철강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포스코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성욱 원료실장은 "내년 상반기 철광석 톤당 가격은 100달러대를, 하반기에는 90달러대를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김광무 철강기획실장은 "내년 철강 시장은 코로나19가 발목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변수를 떼어내고 자동차 가동이 정상화되면 과거처럼 호황기는 아니지만 바닥은 지나 회복기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