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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 첫 배당' 로이힐 이익률 33% 비결은?

  • 2020.09.28(월) 13:41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포스코, 1.2조 투자 10년만 500억원 배당
로이힐, 광산 가동 5년만에 1.7조 순이익
포스코, 연 1.2조 철광석 매입 '주주이자 큰손'

최근 포스코가 호주 광산 개발사인 로이힐 홀딩스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배당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로이힐 홀딩스는 철광석 23억톤이 묻혀있는 로이힐 광산을 소유한 법인으로, 포스코는 지난 2010년 이 법인에 1조2255억원을 투자해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킨 10년 만의 배당'이라며 들떴습니다. 이유는 그간 로이힐 탓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입니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 개발 특성상 실패한 투자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2018년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로이힐 투자에 대한 방조·배임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죠.

◇ 순이익률 33% 알짜회사로

로이힐 홀딩스가 배당을 결정한 것은 이제 실적이 안정 궤도에 올라왔다는 의미입니다. 2015년 11월 철광석 생산을 시작한 뒤 2018년 연간 생산량은 5500만톤까지 늘었습니다. 세계 철광업체 중 5위 규모죠.

로이힐 홀딩스 실적을 보면 2015년까지는 매출없이 투자만 이어졌습니다. 매출은 2015년까지 0원이었고 매년 수천억원대 순손실이 났습니다. 2010년 포스코가 로이힐에 투자를 시작하고 매출이 나오기 전까지 '투자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던 이유죠.

철광석이 생산되자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매출은 2016년 8452억원에서 지난해 5조375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1조6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이 33%에 이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속에서도 상반기 매출 1조9499억원, 당기순이익 6669억원이라는 안정적인 이익을 남겼습니다.

로이힐 홀딩스는 이번에 4억7500만 호주 달러(약 4036억원)의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작년 당기순이익의 4분의 1가량을 주주에게 푸는 셈이죠. 포스코가 로이힐홀딩스 지분 매입에 투자한 1조2255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투자금의 4% 가량을 회수하게 된 것입니다. 로이힐의 대주주인 호주의 핸콕(Hancock, 70%), 일본 마루베니(Marubeni, 15%), 대만 차이나 스틸(China Steel, 2.5%) 등이 각자 보유한 지분 비율대로 배당을 받습니다.

로이힐은 호주 퍼스에서 1100km 떨어진 필바라 지역에 있다. [그래픽 = 포스코 뉴스룸]

◇ '주주이자 VIP 고객' 포스코

로이힐 홀딩스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에는 '안정적 수요처 확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들어가는 철광석 광산개발은 사업 착수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 광구에서 생산한 철광석을 공급받을 철강회사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권영무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소장은 기고문에서 "신규 광산 철광석은 산지에 따라 고유 성분과 품위가 달라 쇳물을 정밀히 제어할 수 있는 조업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문을 연 로이힐의 최대 고객 중 한 명은 포스코입니다. 포스코가 로이힐홀딩스로부터 매입한 원재료 규모를 보면 2017년 6971억원, 2018년 8102억원, 2019년 1조2372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6255억원어치를 사들였죠. 포스코가 로이힐 광산에서 생산한 철광석을 연간 1조원 이상 사용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포스코가 연간 사용하는 철광석의 26% 가량인 1500만톤 규모입니다.

로이힐 홀딩스 입장에서 보면 2017~2019년 매출의 23~24% 가량을 포스코가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로이힐홍딩스의 주주이자 최대 고객인 셈입니다.

포스코 입장에선 안정적인 철광석 구매처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전세계 철광석 시장은 발리(Vale), 리오 틴토(Rio Tinto), BHP, FMG 등 4개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한 곳에서만 문제가 생겨도 가격이 요동치는 시장입니다. 지난해 브라질 발리 광산에서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철광석 가격은 거의 2배로 뛰었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포스코가 로이힐로부터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공급받는 기간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포스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4조6218억원, 2018년 5조5426억원, 2019년 3조8689억원, 2020년 상반기 8730억원 등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본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철광석 공급 안정'도 소용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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