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10 플러스'를 1년 반째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이폰12'로 갈아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도 '아이폰4'의 각진 외모에 반해 고장도 잘 나지 않던 '갤럭시S2'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난 경험이 있었다. 마음을 빼앗았던 그 디자인으로 회귀한 아이폰을 사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흔히 아이폰과 갤럭시 사용자는 서로의 UI(사용자환경)가 어렵다고 핀잔을 주며 "절대 갤럭시(혹은 아이폰)로 못 넘어간다"고 하지만, 기자의 경우 두 제품 모두를 번갈아 사용하는 편이어서 고민도 크게 하지 않았다.
◇ 운 좋게 100명 안에 들었다
자급제(공기계 구입 후 통신사 개통)폰을 사야겠다는 목표는 3분만에 좌절됐다. 품절이었다. 최대한 빨리 아이폰12의 실물을 영접하는 방법은 통신사 약정을 끼는 것이었다. 과거 갤럭시 스마트폰을 KT에서 2년 약정으로 구매했던 터라 KT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하루 뒤 KT에서 연락이 왔다. 30일 아침 7시에 아이폰을 받으려면 온라인 라이브 전야제 방송에 응모하라는 것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KT가 아이폰12 출시 하루 전인 29일 밤 11시부터 온라인을 통해 아이폰12 출시행사를 여는데, KT샵(온라인 매장) 또는 전국 KT 매장에서 기기변경으로 아이폰 12 사전예약을 완료한 고객이 대상이다. 출시일인 30일 아침 7시에 아이폰12와 'ON(온)식당'의 밀키트를 가장 먼저 받는 혜택을 준다. 그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들로만 한정됐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을 활용한 동영상 생방송이어서 초상권 사용에도 동의해야 했다.
다행히 모든 조건을 만족했고, 운 좋게도 초청고객 100명에 당첨이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평소 당첨운이라고는 없던 터라 '아무나 다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KT 관계자는 정확한 응모인원이나 경쟁률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첨 됐다고 말하자 "축하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나름대로 치열했다고 한다. 참가자 대상으로 많은 경품이 준비돼 있으니 분발하라는 팁도 받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행사 안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진행됐다. 초청고객 100명을 약 20명씩 나눠서 관리하는 듯 했다. 초대된 방의 정원은 23명이었다. 행사 시작은 밤 11시였지만 줌 회의 입장은 10시부터 이뤄졌다. 10시에 줌으로 들어간 뒤 '1800'로 시작하는 번호로 문자를 보내 출석 인증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문자로 본인 확인을 거쳐 줌 회의 입장을 허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본인 확인을 철저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다소 불편했다. 오픈채팅도 본인만 들어올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는데, 굳이 별도의 문자를 통해 또 인증을 해야하니 꽤나 번거로웠다. 문자를 보낸 이후 답장이 오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인증이 된 것인지도 불안했다. 실제로 입장 제한 시간인 10시40분에 가까워지자 많은 참가자들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확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혹여 입장이 막힐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 KT 판촉행사야? 아이폰 행사야?
행사는 밤 11시 정각에 정확히 시작됐다. 행사는 IT(정보기술) 전문 BJ(1인 방송 진행자) '가전주부'와 진행자(MC) 박권이 이끌었다. 당첨을 통해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는 100명 외에 일반 시청자들도 KT 공식 유튜브 채널과 아프리카TV '최군' 채널 등에서 시청이 가능했다.
진행자들은 참가자를 위한 선물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고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이날 행사는 경품 추첨 위주로 진행됐다. 응원 메시지를 전송해주는 이들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KT 아이폰 광고처럼 독창적 포즈를 취해 사진을 전송하면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프로'를 줬다.
KT의 아이폰 구매 혜택을 활용한 퀴즈도 이어졌다. 1년 뒤 아이폰 신제품으로 변경할 경우 출고가의 50%를 보상해주는 '슈퍼찬스R'이나 5G 완전 무제한 데이터와 넷플릭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초이스' 등의 서비스를 소개한 후 퀴즈를 내 정답자에게 아이스크림이나 피자 등의 상품을 추첨해 보내줬다.
문자 전송료도 무료라는 말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기자 역시 열심히 문자를 보냈다. 그러던 중 에어팟 또는 에어팟 프로 분실 및 파손 시 최대 20만원을 보장해주는 '에어팟 프로 안심 보험' 답을 맞춰 '미스터피자' 한 판을 획득했다. 사전예약을 하면서 보험을 든 것이 보람차게 느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첨고객 100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줌을 통해 100명과 연결돼 있었지만 이들의 얼굴은 방송에 자주 비치지도 않았다. 경품 역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당첨된 100명에게만 주는 특혜라고 보기도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방송 막바지 100명에 든 진가가 발휘됐다. '에어팟프로'와 '애플워치6', '아이패드프로' 등 고가 선물이 줄지어 등장했다. 심지어 1등 상품은 '맥북에어'였다. 27인치 맥북에어의 가격은 200만~300만원이다. 1등 발표가 다가올수록 긴장이 되며 손이 떨렸다. 애플워치와 아이패드에 당첨 되지 않고 지나갔지만, 맥북에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하는 '정신승리(?)' 경지에 오를 정도였다.
결과는 허탕이었다. 추첨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품행사에서는 당첨자들을 화면에 비춰줬는데, 기자가 잡힌 화면 주변에서 계속 당첨자가 나와 정작 본인은 씁쓸한 표정만 방송에 나갔다.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었다. 경품에 뽑히지 않아서가 절대 아니다. 이날 행사는 '무늬만 아이폰12 전야제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폰12의 실물은 보기 어려웠다. 출시일이 되는 자정 이후 공개하겠다더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2분 가량에 불과했다. 특별 손님이라며 초청된 프로야구 'KT 위즈' 응원단의 축하공연도 뜬금없게 느껴졌다. 순간 아이폰12 출시 행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행사 중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식어버린 피자 같았던 전야제
전야제는 예정보다 조금 늦은 00시25분 마무리 됐다. 아침 7시에 아이폰을 맞이해야 해 6시50분에 알람을 맞췄다. KT 가입자 중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뒤척였다.
배송기사에게 전화가 온 것은 아침 6시50분쯤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서명을 한 뒤 제품을 받아들었다. 전날 행사에서 KT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형식의 '온식당'에 대해 워낙 강조했던 터라 아이폰과 함께 배송되는 밀키트에도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받아든 것은 차갑게 식어있는 피자 한 판이었다. 날이 추워서 식었다기에는 너무 말라있었다. 전날 만든 것이 확실해보였다.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자들이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먹었던 스테이크와 각종 디저트는 없었다. 만능 에어프라이어로 겨우 살려내 먹을 수 있었다.
피자가 아쉬웠지만 이게 메인은 아니었다. 아이폰이 들어있는 박스 안에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어요'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새벽부터 나에게 달려온 아이폰을 빨리 영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스를 열자 또 한 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사전 예약 때 선택했던 사은품이 없었다. 100명의 추첨고객에게 다 증정한다던 벨킨 강화유리만 덩그러니 들어있을 뿐이었다. 문의해보니 사은품은 별도로 배송한다고 '분명히' 사전에 고지를 했단다. 정신없이 전화를 받은 탓이려니 하고 넘겼다. 손꼽아 기다렸던 전야제는 그렇게 끝났다. 식어버린 피자 만큼이나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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