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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 속, 달랐던 최태원

  • 2021.02.05(금) 17:56

PS 기준 변경 등 노사합의로 '일단락'
회장 직접 소통이 단초…재계서도 '주목'

최태원 SK회장

SK하이닉스가 자사 노동조합의 성과급 지급 기준 투명성을 높이라는 요구에 즉각 반응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재계 전반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같은 전향적 변화를 이끈 핵심 중 하나는 한 직원의 이메일과 노조의 요구에 직접 소통하며 대응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 회장은 내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할 '재계 맏형'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성과급 개념의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노조의 요구에 따라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열린 중앙노사협의회에서 SK하이닉스 사측은 우선 PS 산정 기준을 기존 '에바'(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작년 에바 기준으로 지난달 지급된 PS를 다시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쳐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에바 지표로 인해 구성원의 불만이 있었다"며 "수치가 명확하게 공개되는 영업이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바 지표의 산정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우리사주를 발행해 구성원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는 이사회 승인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조의 불만에 직접 화답하면서 추진된 사안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면 원안대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는 기본급의 200%다. 예컨대 기본급이 500만원이면 1000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사주 발행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일부 조건과 제한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직원은 2만8787명(사내외 이사 제외)인데, 이들의 월 평균급여를 580만원(연간 6961만9000원)으로 보고 이를 기본급으로 단순 계산하면 우리사주 발행 수준은 3339억원 규모가 된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92조8000억원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내용도 합의에 담겼다. 사내 복지 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 포인트'를 모든 구성원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 지정 복지몰이나 여러 쇼핑몰에서 대략 300만원 어치 물건을 살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SK하이닉스는 추석, 설 같은 명절에도 상품권이나 복지 포인트를 지급하곤 했다고 한다.

구체화 수준이 다소 부족한 대목도 있으나 대기업 집단 총수와 대표이사가 나서 노조의 불만에 대해 직접 듣고 빠르게 화답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눈길을 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연봉을 반납하겠다는 상당히 놀라운 발언까지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변화의 방향성을 확인하게 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그동안의 일을 사과하면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해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부럽다", "감동 받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안 역시 한 직원이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사내 커뮤니티에서 실명 댓글이 달리는 등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나설 수 있는 회사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빠르게 화답한 경영진의 '실천하는 소통'이 특징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에선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라며 "불이익으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다행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PS와 관련해서 이같은 변화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지만, 회장과 경영진은 경영 설명회를 분기마다 진행하는 등 구성원과 자주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재계 다른 기업에서도 이같은 소통 방식이 변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오를 예정이어서 다른 기업 경영진에 미칠 영향력도 상당할 것이란 평가다.

현재 성과급 관련해선 SK그룹에선 SK텔레콤, 외부의 경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도 실적이 우수했기에 더욱 강한 불만이 나온다. SK텔레콤의 경우 박정호 대표이사가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겸직하고 있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내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지급의 경우 SK하이닉스와 경우가 다르다며 선을 긋는 곳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 대비 부족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대목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는 SK하이닉스와 사례가 완전히 다르다"며 "사업부별 차등이 없다가 생긴 것이면 불만을 제기해도 할 말이 없겠으나, 경쟁사와 비교하면 성과에 연동해 많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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