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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에는 분란 없기를…' KCC에 내려진 유훈

  • 2021.02.08(월) 18:09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정상영 명예회장 상속지분 1200억원대
'삼분지계' 완성 위해 형제간 지분교환 가능성

'현대가(家)' 1세대 막내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KCC그룹 2세대 삼형제의 계열분리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생전에 기업 분할 등을 통해 승계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 됐지만, 1000억원을 넘는 상속 지분과 이에 따른 수백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 이와 맞물릴 형제들의 보유지분 처리 등은 유족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 형제 분란 사전방지…일찌감치 '삼분지계'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종가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직접 보고 겪은 정상영 명예회장은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생전에 후계구도를 정해놓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해진다.

현대그룹은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장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3남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사이에 10년 넘게 갈등을 겪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1년 전인 2000년, 현대증권 인사권을 두고 불거진 '왕자의 난'이 정점이었다. 결국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 그룹에서 갈라섰다. 

2003년 정몽헌 회장 사망 후에는 부인인 현정은 회장과 KCC 정상영 명예회장 사이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작년까지 KCC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자산 매각 등 승계 교통정리를 빠르게 진행한 이유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정상영 명예회장 생전에 2세 승계 작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였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사진=KCC

정 명예회장이 자식들에게 KCC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나눠 물려주겠다는 계획은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KCC그룹은 KCC, KCC글라스, KCC건설 등 크게 3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이중 KCC는 장남 정몽진 회장, KCC글라스는 차남 정몽익 회장, KCC건설은 삼남인 정몽열 회장이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 중이다. 관련기사☞ KCC 일가 J·I·Y 삼형제 '배당 3색'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회장은 약 20년 동안 KCC를 공동 운영해왔다. 2000년 정상영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몽진 회장이 취임했고, 정몽익 회장은 KCC 내에서 유리·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총괄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맡는 분야가 명확히 나눠져 있던 셈이다.

2019년에는 형제간 분리경영이 더욱 명확해졌다. KCC는 2019년 7월 유리·인테리어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KCC글라스를 출범시켰고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회장으로 올라섰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정몽익 회장이 이미 맡고 있던 KCC 자회사 코리아오토글라스(KAC)를 KCC글라스와 합병했다. 건자재와 실리콘 중심의 KCC는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이끌고 유리·인테리어 사업은 정몽익 회장이 이끄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KAC 합병으로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도 정몽진 회장에서 정몽익 회장으로 변경됐다. 당시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25.0%를 갖고 있던 정몽익 회장은 기존 KCC글라스 지분 8.8%에 더해 지분 19.49%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몽열 회장은 2002년 KCC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해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을 안착시키는 등 일찌감치 독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 지분 교환에 상속세까지…남은 과제들

다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과제들이 있다. 업계에서는 정 명예회장 보유 주식 상속과 형제들의 지분 교환(스와프)이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먼저 형제간 분리경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KCC는 정몽진 회장, KCC글라스는 정몽익 회장이 최대주주지만 정몽열 회장은 아직 KCC건설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현재 KCC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36.03%(771만1010주)를 보유한 KCC다. 641만7017주를 보유한 정몽열 회장은 29.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는 KCC를 통한 장몽진 회장의 KCC건설 지배력이 더 강한 구조다.

업계에서는 정몽열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KCC와 KCC글라스 지분을 이용해 KCC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CC가 보유한 KCC건설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정몽열 회장은 현재 KCC 주식 46만9482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의 가치는 948억원(5일 종가 기준 주당 20만2000원)이다. 반면 KCC가 보유한 KCC건설 지분 가치는 605억원(5일 종가 기준 9430원)이다. 정몽열 회장이 KCC와 무리없이 주식교환이나 매매를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형제가 각각 나눠가지고 있는 지분을 교환해 각자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정몽진 KCC 회장이 보유한 KCC 글라스 지분 8.56%와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 8.47%를 맞교환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상속 문제도 남아있다. 고 정 명예회장은 KCC 지분 5.05%(44만8659주), KCC글라스 지분 2.76%(44만115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 봤을 때 KCC 지분은 정몽진 회장에게, KCC글라스 지분은 정몽익 회장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정몽진 회장은 KCC의 23.6%,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의 24.9%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유산 중 정몽열 회장 몫도 일부 있는 데다, 상속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상속 지분 처리와 형제간 계열사 지분 교환이 복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 2개월, 사망 후 2개월까지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정 명예회장의 별세 일자가 1월31일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11월말부터 오는 3월 말까지의 주가 평균이 기준이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간의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정 명예회장의 KCC 지분 가치는 870억원, KCC글라스는 325억원 등 약 1200억원이다. 각사의 최대주주에게 상속된다고 가정해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과 30억원 이상 상속액에 대한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정몽진 회장은 522억원, 정몽익 회장은 195억원 정도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두 형제의 총 상속세를 합하면 700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두 형제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몽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KCC글라스 지분(8.56%) 가치는 5일 종가 기준 약 548억원이다.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8.47%) 가치는 152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지분 정리가 마무리 되면 향후 계열 분리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KCC그룹으로 묶여 아래 각각 계열사를 독립 경영하는 형태지만, 다음 세대까지 이런 구조가 이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KCC 측은 "장례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지분이나 계열 분리와 관련해서 공개된 얘기들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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