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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LX는 왜 KCC를 저격했을까

  • 2021.08.19(목) 14:53

'비스포크·오브제' 고급가전용 외장필름 경쟁
LX하우시스 "스테인리스 느낌 제품 자사 특허"
KCC "특허 침해 없어…법무법인 선임 대응"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제품의 앞면을 감싸고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스테인리스 스틸 느낌이 나는 금속성 디자인은 '스테디셀러'죠. 흔히 가전 광고에서 '메탈 광택의 고급스러움'을 가졌다고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 대부분은 진짜 스테인리스 스틸을 외장재로 쓴 것이 아닙니다. 표면이 투박한 강판에 광택과 무늬를 살린 필름을 씌운 것이죠.

LX하우시스가 바로 이 가전필름 제품의 특허를 베꼈다는 이유로 KCC글라스를 제소했습니다. KCC글라스의 '헤어라인 VCM 가전필름' 제품이 LX하우시스가 가진 제품구조 및 제조방법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죠. LX하우시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2건에 대한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이미지=LX하우시스 제공, 비즈니스워치 편집

가전필름은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표면에 부착해 '메탈, 펄, 꽃무늬' 등 다양한 표면 디자인을 구현하는 필름입니다. 이번에 LX하우시스가 소송을 제기한 제품은 고가의 금속 소재인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느낌을 살려주는 필름이라고 합니다. 표면의 결이 마치 머릿결처럼 가전제품 표면에 자연스럽게 구현돼 '헤어라인(Hair Line) VCM 가전필름'이라고 부르는 제품이죠.

VCM(Vinyl Coated Metal)은 강판 위에 이런 필름이 부착된 고급 라미네이트 컬러강판을 말합니다. 기본이 되는 강판(steel plate) 위에 어떤 필름이 붙느냐에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 느낌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늬와 질감을 낼 수 있죠. PCM(Pre-Coated Metal)이라 불리는 다양한 색상이 도장으로 입혀진 컬러 강판도 요즘 많이 쓰이는데요. 주로 소형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작은 가전의 외장재로 채택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LX하우시스는 KCC글라스가 현재 가전업체 등에 판매 중인 '헤어라인 VCM 가전필름' 2종을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LX하우시스가 출원한 가전필름 특허 2건을 침해한다고 소장에 명시했죠.

LX하우시스는 구체적으로 "헤어라인이 구현된 UV임프린팅(Imprinting)층, PET기재층, 횡방향 헤어라인이 구현된 UV임프린팅층, 알루미늄 펄층이 순서대로 적층된 VCM필름"이라고 적었는데요. KCC글라스가 이런 필름을 국내 대표 두 가전업체 냉장고와 세탁기에 납품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하네요. 

LX하우시스의 가전필름 메탈론(Metalon). '다양한 헤어라인과 금속 증착을 통해 금속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필름'으로 소개되고 있다./이미지=LX하우시스 홈페이지

LX하우시스는 이런 필름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011년 4월 '중첩된 이중 헤어라인 효과를 갖는 장식필름 및 이의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했답니다. 필름의 PET층 위 아래로 정밀 디자인 패턴이 구현된 임프린팅층을 넣는 이중 제품구조에 대한 특허라네요.

또 이어 2012년 7월에는 '횡방향 헤어라인이 구현된 인테리어 필름 및 이의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했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 세로 방향 헤어라인과는 다르게 가로 방향 헤어라인으로 스테인리스 스틸과 가장 유사한 외관을 구현하는 제조방법이랍니다. LX하우시스는 KCC글라스가 이 두 가지 특허를 침해해 제품을 생산했다는 입장입니다.

LX하우시스 관계자는 "세로 방향 헤어라인 구현은 사포나 붓 등으로 긁어내 무늬를 만드는 방식이지만 가로 방향은 정교한 임프린팅이 동원된 특허 기술"이라며 "그런데 작년께부터 KCC글라스에서 이 방식으로 제조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을 확인해 제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LX하우시스는 1990년대 초 일본 업체들이 주류였던 가전필름을 국산화했고, 현재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하는 1위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KCC글라스의 점유율은 5~6%로 추정됩니다. 최근 오브제 컬렉션, 비스포크 등 고급 가전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필름 역시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급 소재의 느낌을 구현하는 가전필름에 대한 니즈가 급증하며 관련 기술 카피나 모방 제품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KCC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특허를 도용하는 사례가 파악되는데, 선제적으로 KCC글라스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깁니다.

LX하우시스의 제소 소식을 접한 KCC글라스는 발끈했습니다. 이 회사는 "KCC글라스는 타사의 특허권을 존중하며, KCC글라스의 VCM 제품은 LX하우시스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현재 법무법인을 선임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CC글라스의 하이브리드 VCM 필름 개요/이미지=KCC글라스 홈페이지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도 물었습니다만, KCC글라스 측은 말을 아꼈습니다. 법정 다툼이 시작된 상황에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소송 과정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KCC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려 있는 2018년 게시글에서 KCC 관련 기술 내용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KCC가 VCM 강판에 부착되는 필름을 2015년부터 생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자외선이 닿으면 굳는 UV(자외선) 수지를 투명 필름에 바른 뒤 판화를 찍듯 금형을 눌러 문양을 내는 UV 임프린팅이라는 기술로 금속 특유의 결인 헤어라인을 가로로도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하고 있네요. 

LX하우시스와 KCC는 건자재, 인테리어 업계에서 오랜 라이벌이기도 합니다. 각각 '지인(Z:IN)', '홈씨씨'라는 브랜드로 꽤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죠. 사실 둘 모두에 가전필름은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이 때문에 소송전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LG그룹의 신설지주(LX홀딩스) 분할로 최근 이름을 바꾼 LX하우시스와 작년 KCC에서 분할한 KCC글라스. 작지 않은 변화 직후 법정 다툼을 시작한 두 회사의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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