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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신재생에너지 발전 드디어 돈 될까

  • 2021.02.22(월) 08:00

REC에 울고 웃는 신재생에너지 업체들
일반기업으로 판매처 늘리자 시범사업 흥행
한국전력 외에 팔 곳 생겨 가격 안정화 기대

'기후 악당'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그게 누군지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한국의 별명입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 얻은 오명입니다. 유럽의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순위는 지난 2019년 기준 조사대상국 44곳 중 40위에 그쳤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8%로 조사대상국 평균인 26.6%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악당'이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최근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단연 신재생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발표한 국가 발전 전략 '한국판 뉴딜' 의 10대 과제 중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모빌리티 등 무려 4개 분야가 신재생에너지와 확대와 관련이 있습니다. 

갈 길이 바쁩니다. 에너지 분야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소식을 접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입니다.

# REC는 신재생발전회사의 부가사업

REC는 '우리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었다'는 인증서입니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떠올리면 됩니다. 우리가 금융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임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 발전소의 전기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었다'고 인증하는 것입니다. 

다른 점도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는 한 번 발급받으면 1년 동안 다시 발급받을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생산할 때마다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계속 새로운 인증서를 발급받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 생산 시 1MW당 1개의 REC를 받을 수 있습니다. MW(메가와트)는 전력의 단위로 발전설비의 '능력'을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REC를 계속 발급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팔아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한국전력에 전기를 팔아서 돈을 법니다. 여기에 추가로 REC도 따로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일종의 부가사업인 셈입니다.

REC는 누가 살까요? 바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입니다. 발전 설비 용량이 500MW 이상인 발전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총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6곳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수자원공사, 그 밖의 민자발전사 등 총 23곳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이에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 대신 이들은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파는 REC를 사서 의무비율을 채울 수 있습니다.

# 안 팔리는 REC…판매처 제한적 탓

전기도 팔고 인증서도 파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돈을 아주 잘 벌 것 같습니다. 한때 태양광 발전 사업은 '태양 연금'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다릅니다. REC의 가격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REC의 가격은 2012년 16만원대에서 지난해 3만원대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당연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습니다. 

이들은 가격하락의 이유로 구매자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일부 민간 발전소도 있지만 REC를 대부분은 한전의 자회사들이 사들입니다. 수요는 제한적인데 공급이 많다면 가격에는 수요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 발전이 '태양 연금'으로 불리던 시기에 시장에 뛰어든 발전사업자들이 급격히 많아진 탓도 있습니다. REC가 남아돌기 시작한 겁니다. 지난 2019년 기준 발급된 REC의 30%가량은 팔리지 못하고 쌓여있습니다.

# 일반 기업도 REC 시장 참여 길 열려

REC 시장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면 결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돈이 안 되면 사업에 투자하는 사람이 적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넘쳐나는 REC를 팔 곳이 많아진 것입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자는 국제적인 캠페인 'RE100'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국형 RE100(K-RE100) 이행수단 중 'REC 구매'라는 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REC를 일반 기업에도 팔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일반 기업은 사들인 REC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이 REC 거래시장 시범사업(모의거래)을 위해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많은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REC를 팔겠다는 발전사업자는 259곳이나 신청했고, 이를 사겠다는 기업도 38곳이 줄을 섰습니다.

매도자에는 태양광발전소 251곳과 풍력발전소 4곳, 바이오연료발전소 4곳 등이 참여했으며, 매수자에는 우선 서울에너지 공사와 한전의 일부 발전자회사 등 총 5곳의 공공기관이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도 18곳이 참여하고, 중견·중소기업도 총 15곳이 신청하며 다양한 구성이 이뤄졌습니다.

# 시장 확대에 태양광 드디어 빛 보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이 제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전 위주의 REC 판매시장이 일반 기업으로 크게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법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구입처의 확대로 REC 가격도 안정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전기 가격도 관심사입니다. 그동안 이들이 생산한 전기는 한전 외에는 사주는 곳이 없습니다. REC시장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사들이는 전기의 가격도 지난 수년간 꾸준히 하락세였습니다. 한전이 사들이는 전기의 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이라고 부릅니다. 한 시간 동안 실제로 생산된 전기의 양을 말하는 1kWh(킬로와트시)당 가격으로 책정됩니다. 지난 2012년 160원에 달하던 SMP 가격은 지난해 6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K-RE100이 활성화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한전이 아니라 각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전기를 팔 수 있게 됩니다. 한전이 이 거래를 중개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가 크게 확대되는 것입니다. 바로 '제3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라고 부르는 제도입니다. 부가사업인 REC 판매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희망입니다. ☞관련기사 [에너지워치]한국형 PPA, 한전 형이 거기서 왜 나와?

# K-RE100 정착…참여자 모두 윈윈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참여자 입장에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빛을 잃던 상황입니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한때 많은 투자자들이 빚까지 내어가며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초기 투자비용을 건지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정부가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목표를 크게 올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K-RE100은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담긴 정책입니다.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이 참여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한전도, 기업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도 모두 웃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려면 갈 길이 아직 멉니다. 에너지워치가 그 길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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