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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남아도는 옥상, 태양광업계 화수분 될까

  • 2021.03.01(월) 08:00

직접PPA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옥상 태양광 활성화 기대
한화큐셀재팬, 일본서 옥상 태양광 활용해 PPA 계약
"국내서도 사업 검토 가능" K-RE100 기대 거는 이유

옥상은 많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옥상에 방이 있으면 옥탑방이 됩니다. 이걸 근사하게 꾸미면 펜트하우스입니다. 정부 세종청사의 옥상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 공원이라고 합니다. 위치는 비밀이지만 대공포 같은 군사시설이 놓인 옥상도 있고, 회전목마 등을 설치해 어린 친구들의 놀이터로 쓰는 옥상도 있습니다. 그러나 쓰임새가 많아도 대부분의 옥상은 그냥 빈 곳입니다. 옥상으로 가는 문이 열려있다면 흡연자들의 아지트가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뜬금없이 옥상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쓰자는 RE100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옥상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설비는 대부분 전기를 한전에 팔아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공장이나 축사 등의 옥상, 혹은 유휴지에 직접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RE100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한국형 RE100(K-RE100)의 이행수단 중 제3자PPA(한전이 중개하는 전기공급계약) 제도가 정비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직접PPA(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맺는 전기공급계약)까지 활성화되면 전과는 다른 형태의 옥상 태양광 설비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태양광 발전업자와 기업이 생산시설의 옥상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많은 사례가 축적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미 한국에도 옥상 태양광은 있다고요? 아니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 한화큐셀재팬, 일본서 옥상 통해 직접 전기공급

가까운 일본을 볼까요.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RE100 가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가 전력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10개 일반전기사업자가 발전·송전·배전·소매부문을 지역독점 형태로 나누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전력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전력소매시장은 전면 자유화가 됐으며, 지난해 송·배전사업과 일반전기사업자의 법적 분리도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한전이 소매와 전력 송·배전 사업을 모두 가지고 있죠. 그 결과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의 전기직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한화큐셀재팬이 일본 내 6개 회사와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제지회사 3곳과 맥주회사, 포장재제조회사, 산업용모터제조회사 등 총 6곳입니다. 한화큐셀은 세계 최대 태양광 셀 제조업체입니다. 국내에서는 한전의 독점구조 때문에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체 제작한 태양광 셀을 바탕으로 직접 발전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화큐셀이 스위스에 설치한 137kW급 태양광 발전설비 출처 : 한화큐셀 기업용 카탈로그

사업 구조는 간단합니다. 한화큐셀재팬이 해당 기업의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여기서 나온 전기는 해당 기업이 사용합니다. 기존 옥상 태양광과 차이는 설비의 소유권입니다. 전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를 이용할 기업이 직접 사서 설치하거나 장기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한화큐셀재팬이 맺은 계약은 태양광 장비 공급계약이 아니라 전기 공급계약(PPA)입니다. 계약에 따라 설비의 소유권은 한화큐셀재팬이 가져갑니다. 한화큐셀재팬의 발전설비가 설치된 기업은 전기요금을 내고 전기를 사서 씁니다. 옥상에서 만든 전기를 바로 사용하니 다른 송·배전업체가 관여할 여지도 없습니다.

이 계약은 일본정부의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대책 보조금 제도'에 따른 '산업용PPA' 계약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직접PPA를 기반으로 시행하는 기업에 지원금까지 챙겨주는 제도입니다.

# 태양광 업계, 관련 제도 정비에 기대

태양광 발전업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계약이 국내에서도 가능해진다면 태양광 발전사업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발전설비의 직접 설치를 유도하는 제도라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실제로 늘리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반도 충분합니다. 한국의 많은 생산시설의 옥상은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기업들이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긴 했지만 보급률은 미미합니다. 기업으로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럽고 그 효과도 크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구미산업단지 위성사진 출처 : 구글어스

그동안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설비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해 전기요금을 줄이거나, 전기를 한전에 파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투자비용을 건지려면 설치 초기에는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향후 제3자PPA에 이어 직접PPA까지 진행된다면 이번 일본과 같은 형태의 계약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태양광 설비의 설치비용 부담에서 벗어납니다. 지붕을 빌려준 임대 수익과 전기 요금이 상계되면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한 전기는 신재생에너지 이용 실적으로 집계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RE100 달성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것입니다. 

참여 가능한 사업자도 많습니다. 한화큐셀 처럼 태양광 설비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설비전문업체들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한화큐셀 관계자도 "(일본과 같은)PPA가 가능해 진다면 사업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갈 길이 멉니다. '기후 악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 분야의 발전이 더뎠습니다. 분하지만 일본과 같은 주변국가가 RE100 달성에 더 수월한 경영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산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RE100이라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옥상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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