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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원전의 두 얼굴…싸고 안전 vs 비싸고 위험

  • 2021.03.10(수) 12:00

신한울·천지·월성 등 원전 관련 갈등 최고조
싸고 안전한 에너지 vs 가장 비싼 균등화원가
정부의 이유있는 탈원전 정책…늦추기 어려워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신한울원전은 현재 대한민국의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한울원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원전 비중 확대 정책에 따라 건설이 시작된 계획원전입니다. 1호기와 2호기는 이미 건설공사도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3·4호기입니다. 아직 첫 삽도 못 떴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를 막은 것입니다.

관련 논의는 매우 뜨겁습니다. 원전에 각종 이해관계가 엮인 지역 주민과 관련 단체, 그리고 원전을 반대하는 단체들 모두 각자의 세력을 만들어 정부청사와 국회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정부가 경북 영덕군에 지으려던 천지원전에 대한 개발사업 지정을 철회했습니다. 영덕군도 난리가 났습니다. 영덕군수는 정부에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도 있습니다. 경제성을 조작했다며 관련 공무원 2명이 구속까지 됐습니다. 

# 70년대부터 사용한 '싸고 안전한 원자력' 

사건마다 고도의 정치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관여해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하지만 사건들을 잘 보면 이런 갈등의 원인이 결국 하나로 보입니다. 바로 탈원전입니다.

정부는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합니다.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탈원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첫 원전이 세워진 1970년대부터 '원자력 에너지는 값싸고 안전하다'는 말을 자주 했던 정부였습니다. 

맞습니다. 일단 원자력 에너지는 쌉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자력이 1kWh(킬로와트시)당 59.69원으로 가장 쌌습니다. 

안전하다는 말도 사실입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고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라 0단계부터 7단계로 나뉩니다. 0~3단계는 '고장'으로 인체와 시설 대한 중대한 방사선 피해가 없는 단순 고장을 말하며, 4단계 이상은 중대한 방사선 피해가 있는 '사고'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에서 운영하는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에서 원전은 '고장'은 났을지언정 '사고'는 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원전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원전의 또 다른 얼굴을 보면 원전은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가 됩니다. 처음 원전을 도입하던 1970년대는 원전의 좋은 얼굴을 보았다면 이제는 나쁜 얼굴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 원전의 두 얼굴…가장 비싼 균등화원가 

한전이 원전에서 전기를 사는 가격은 다른 에너지보다 가장 쌉니다. 그 덕에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도 낮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에는 향후 막대한 비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가능성이라고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비용지출은 확정적입니다. 우리가 외면해왔을 뿐입니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데 들어가는 발전비용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우선 발전원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발전원가는 발전소의 건설비와 연료가격으로 계산한 비용입니다. 실제로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입니다. 발전원가에 에너지별 보조금이나 세금 등을 붙이면 정산단가입니다. 한전이 각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단계까지는 원자력에너지가 가장 싼 에너지입니다.

문제는 균등화원가(LCOE·Levelized Cost of Energy)입니다. 균등화원가는 정산단가에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위험 대응 비용을 포함한 개념입니다. 여기에 원전을 다 쓰고 폐로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추가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원전의 비용은 다른 에너지보다 가장 비싼 에너지로 바뀌어 버립니다. 게다가 균등화원가는 얼마가 들어갈 것이라고 확정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가까운 일본을 보세요. 후쿠시마 원전의 최종적인 균등화원가를 계산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2013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내놓은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원의 환경·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각종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를 최대치로 잡을 경우 국내 원전의 균등화 원가는 1kWh당 265.3원까지 오릅니다. 

국제적으로도 원전의 균등화원가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세계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원전의 균등화원가는 지난 2009년 1MWh(메가와트시)당 123달러에서 2019년 155달러로 올랐습니다.

# 답 없는 핵연료봉 폐기 방법…세계적인 고민거리

균등화원가가 크게 오르는 이유가 뭘까요. 왜 기관마다 시기마다 수치가 변하나요. 이유는 원전의 위험성이 큰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험해질 경우 얼마나 큰 피해를 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되면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일본의 후쿠시마 등 원전사고는 2011년 발생했습니다. 사고 이후 짧게는 10년 길게는 3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사고 수습을 위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굳이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위험성이 있습니다. 원전은 온실가스가 없는 대신 위험물질을 배출하는 발전소입니다. 바로 핵폐기물 얘기입니다. 

핵폐기물은 총 3종류로 나뉩니다. 작업자들이 사용한 걸레, 장갑, 일반작업복 등은 저준위 폐기물, 방사능차폐복이나 원전의 부품 등은 중준위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그래도 이 단계까지는 폐기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한국은 이런 폐기물을 땅에 묻는 방사능 폐기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땅이 넓은 미국이나 러시아 등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황야에 중·저준위 폐기물을 모아두기도 합니다.

이런 폐기장을 운영하는 비용도 결국 우리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됩니다. 경주에 방폐장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55개 사업 3조원 규모의 지출을 진행 중입니다.

더 큰 문제는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되는 핵연료입니다. 우선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정부는 2013년 기준 사용후핵연료 관리 총사업비를 53조281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가상승률만 감안하면 57조원이 넘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연료는 폐기하는 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버리는데 성공한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모두 물에 가만히 담가뒀을 뿐입니다. 인류가 원자력 에너지를 활용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핵연료봉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주로 쏴버린다는 SF소설 같은 계획도 연구된 바 있지만 사고가 날 경우 지구가 망할 수 있다는 SF소설 같은 결론이 나오면서 시도한 국가는 없습니다. 사용한 핵연료를 유리로 둘러싼 뒤 지하 500m에 묻어두는 '온칼로'라는 시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핀란드와 스웨덴 단 두 곳뿐이며, 저 시설의 운영 예상 기간은 10만년입니다. 

# 탈원전 위한 유일한 대안…재생에너지 활용 늘려야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던 원전에 대한 기존 상식은 이처럼 최근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진행하는 것은 원전의 다른 얼굴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탈원전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전기 없이 돌아가는 곳이 없으니까요.

지난해 국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입니다. 2019년 25.9%보다 늘었습니다. 가동을 멈췄던 일부 원전이 다시 전기를 생산하고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한 곳이 늘면서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이 바로 재생에너지입니다. 온실가스도 없고 폐기물도 없습니다. 비용은 아직 비싸지만 시간이 갈수록 싸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합니다. 한국은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상향(3월8일자 [에너지워치]신재생에너지 쓰면 전기요금 올라요?)와 직접PPA(3월1일자 [에너지워치]남아도는 옥상, 태양광업계 화수분 될까)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각종 법안이 3월 임시국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더 늦추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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