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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조 단위 '선택과 집중' 다시 시작됐다

  • 2021.03.22(월) 17:18

올초부터 과감한 투자와 매각 잇따라
추가 확보한 자금 어디에 쓸지도 관심

SK그룹이 계열사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야구단과 북미 셰일가스 광구를 팔아치우는 반면 반도체 공장, 에너지 모빌리티 사업에 조 단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바이오 분야 자회사 상장이나 지분 매각으로 역시 조 단위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까닭에 이렇게 마련한 재원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관심이다.

◇ 앞으로도 적자인가? 팔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북미 지역 셰일오일 광구 지분 및 설비를 최근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사업을 위해 2014년 자회사 'SK E&P America'를 설립한 바 있다. 이번 매각 자산 대상은 SK E&P America의 자회사인 SK플리머스(SK Plymouth), SK네마하(SK Nemaha) 등이 보유한 미국 생산광구 지분 및 자산 전체다.

당초 매각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8일 이 회사 사업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 E&P America의 총자산 규모는 1조518억원이었는데, 작년 말 기준은 821억원으로 3개월 사이 대폭 감소했다. 이를 토대로 수천억대 자산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가 하락분 등을 상각 처리하지 않은 것이기에 1조원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해당 자산과 지분을 매각한 배경과 앞으로 집중할 분야에 대한 공식적 답변은 동남아 지역 광구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K E&P America의 연간 순손실은 2688억원에 달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접은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자회사)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이와 대응할 자금도 필요하다. LG 쪽이 조 단위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SK텔레콤도 최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약 1353억원에 팔았다. SK텔레콤은 이마트를 상대로 SK와이번스 보통주 전량인 100만주와 토지·건물을 각각 1000억원, 352억8000만원에 매각했다. 야구단 또한 SK텔레콤 사업보고서에서 매출액과 손익이 전혀 파악되지 않아 수익성과 큰 관련이 없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지주사 SK는 지난 2월 말 SK바이오팜 주식 860만주도 1조1163억원에 팔았다. SK케미칼은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을 하면서 지분 일부를 팔아 4973억원 정도를 남겼다. 이렇게 굵직한 내용만 종합해도 2조~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 미래 가능성 기대? 투자!

반대로 사업적 집중 정도를 확대하는 분야도 많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 수익성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들이다. 대표적인 것은 차세대 에너지 사업이다.

이달 초 SK는 그룹 차원에서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해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K는 국내 수소 사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함께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 가치사슬)에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SK그룹의 수소사업 추진회사는 SK E&S다. 이 회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9877억원에 이른다. SK는 올해 초에 미국 수소사업자 플러그파워에 1조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도 중국 화학기업 웨이싱석화와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EAA) 생산·판매 목적의 합작회사를 중국 현지에 설립하기로 했다. EAA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선식품 포장소재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양사는 합작사에 2000억원 규모를 연내 투자할 방침이다. SK종합화학과 웨이싱석화가 6대 4 비율로 현금 출자할 계획이다. SK쪽은 12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SK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총 3조5000억원이 투자된 'M16' 공장을 착공 25개월 만인 지난달 준공 완료했다. 공장은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최근 ASML로부터 4조75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EUV 장비를 5년에 걸쳐 사기로 했다. 개별 장비를 취득할 때마다 돈을 주는 구조로 계약했다.

조 단위 투자의 배경은 그만큼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약 5조원으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 8개사(SK텔레콤·SK머티리얼즈·SK가스·SKC·SK네트웍스·SK케미칼·SK이노베이션 등)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8.3%에 달했다. 관련기사☞ 속도 내는 SK그룹 '딥체인지'…실적도 OK?

이밖에 SK㈜도 중국 지리자동차그룹(Zhejiang Geely Holding Group)과 3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3000만달러(약 350억원)씩 출자했다.

SK그룹이 확보한 자금은 성장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분야로 더욱 빠르게 흘러드러갈 전망이다. 당장 관심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다. SK텔레콤은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e커머스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급속도로 도래하면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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