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쌍용차를 샀다. 50대인 그는 이번에 3번째 차를 바꿨고, 모두 쌍용차였다. 줄곧 쌍용차만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더욱이 최근 쌍용차의 회사 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가격, 디자인 이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쌍용차란다. 일단 가족과 함께 장거리를 주행하려면 SUV가 필요한데, 가격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돈을 조금 더 보태면 다른 회사 SUV도 살 수 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다른 회사 차 디자인? 그거 너무 어린애 같지 않냐"고 되물었다.
지난 22일 시승한 쌍용차의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도 이 3가지 기준을 만족하는 차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양산하는 유일한 픽업 트럭, 가성비 좋은 가격, 힘 있는 디자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이를 입증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을 처음 보면 크기에 압도된다. 전장(길이)은 5405mm, 전폭(너비)은 1950mm, 전고(높이)는 1855mm이다. 이날 탑승한 시승차엔 오프로드 전용 블록 타이어가 장작 돼 전고가 더 높았다. 여기에 웅장한 라디에이터그릴은 거친 느낌을 더했다. 이번 디자인 콘셉트 'Go Tough(고 터프)' 그대로다.
차별적이면서 진보적인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을 주는 다른 회사 차들과는 대조적이었다. 묵묵히 갈 길은 가겠다는 쌍용차의 의지로도 읽혔다.
픽업트럭 자체가 가지는 경쟁력도 있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픽업트럭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수입차로 포드 랩터와 F-150, 지프 글래디에이터,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 들어온다.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시장이지만 단골은 꾸준하다. 쌍용차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차의 점유율은 95%가 넘는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쌍용차가 갖는 프리미엄이 있다는 얘기다.
렉스턴 스포츠 칸 데크(짐칸)의 길이는 1610mm, 용량은 1262ℓ다. 이전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의 데크 용량보다 24.8% 더 커졌다. '파워 리프 서스펜션' 옵션을 장착한 모델의 데크엔 최대 70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20kg짜리 쌀 포대를 35개 실을 수 있는 것이다.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을 즐긴다면 데크에 텐트도 칠 수 있다.
덩치에 비하면 주행감은 날렵했다. 최고출력 187ps/3800rpm의 힘을 내는 디젤엔진(e-XDi220 LET) 덕분이다. 이 엔진에 아이신(AISIN AW) 6단 자동변속기가 물려있다. 자동변속기인 데도 '드드득' 소리를 내며 'P'에서 'D'로 바뀌는 기어 소리 역시 '덩치'에 어울렸다. 시속 100km까지도 무겁지 않게 가속을 냈다.
다만 조향(스티어링휠) 성능이 조금 묵직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차체가 크다 보니 작은 핸들의 움직으로도 자칫 차선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가성비도 좋다. 이날 시승차의 가격은 3805만원. 프레스티지 모델의 기본 가격(3165만원)에 4륜구동시스템(180만원), 차동기어잠금장치(30만원), 다이내믹패키지2(130만원), 3D어라운드뷰시스템(90만원), 스마트드라이빙패키지1(60만원) 등의 옵션이 들어갔다. 이 가격대에 이 성능의 픽업트럭을 찾기는 해외에서도 쉽지 않다.
최근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은 출시 첫날 1300대가 계약됐다. 회사의 재무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쌍용차의 저력과 브랜드를 믿는 고객일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쌍용차, 그래도 렉스턴 스포츠 칸은 달리고 있었다.
'차'를 전문가들 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