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운 이익을 남기며 호실적을 기록했어요. (떨어지는 주가 눈감아…) 호실적을 이끈 것은 단연 'MLCC'였는데요. Multi-Layer Ceramic Capacitor의 약자로, 해석하면 '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돼요. 한국말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죠. 단어 하나하나 풀어볼게요.
'캐패시터'는 축전기를 뜻해요. 다른 말로는 콘덴서라고도 하고요. 캐패시터는 전자회로에서 전하를 모으는 역할을 해요. 전하는 물체가 띄고 있는 정전기의 양을 말하는데, 물질이 갖고 있는 고유한 전기적 성질을 말해요 전하는 +(양)전하와 -(음)전하 두 종류가 있는데요. 부호가 같으면 밀어내고 다르면 당기는 원리가 있어요. 전하가 흐르는 것이 전류고요. 여기까지는 익숙한 개념이죠?
캐패시터는 이런 전하의 원리를 이용해 전하를 저장하는 부품이에요.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를 수 있도록 전하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역할을 하죠.
쉬운 비유를 들어볼게요. 일반적으로 캐패시터는 '댐'에 빗대는데요. 많은 양의 전하를 잡아두는 배터리가 큰 댐이라면, 캐패시터는 이보다 작은 댐이에요. 규모가 작기 때문에 평소에 충전하고 있던 에너지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겠죠. 전기적 에너지를 저장 혹은 전달만 할 뿐 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해 반도체 등 '능동소자'와 달리 '수동소자'로 구분돼요.
즉, 캐패시터는 전하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제품을 말해요. 반도체가 더 빨리 작동하도록 돕는, 이른바 '도우미'인 셈이죠.
캐패시터는 전자제품 안에서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여기서 노이즈는 소음이 아니라 다른 신호의 간섭, 혹은 의도치 않은 신호를 뜻해요. 전자기기 내에서 불필요한 신호나 잡음을 조정해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캐패시터 앞에 붙은 세라믹은 소재예요. MLCC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세라믹 소재로 이뤄져 있는데요. MLCC가 전하를 보관한다고 했죠? 세라믹 소재의 성질을 이용해 전하를 가둬두는 거예요. MLCC는 이 세라믹 소재의 유전체와 금속(니켈) 소재의 전극이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에요. Multi-Layer, 즉 적층인거죠.
전극과 전극이 마주보는 사이 공간에 에너지가 축적되는데, 이 면적이 넓을수록 전하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겠죠? 보통 MLCC는 600층 정도를 적층한다고 해요. 이제 '적층-세라믹-캐패시터' 개념이 이해되셨나요?
MLCC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사용돼요.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여개, 자동차는 1만3000여개 정도 들어간다고 하고요. 고급차에는 3만개 이상 사용되기도 한다네요.
단순히 생각했을 때 600층이나 쌓여있다면 크기가 꽤 클 것 같나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MLCC는 약 0.3mm인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제품도 있어요. 전자부품 중 가장 작은 크기죠.
최대한 작은 크기, 얇은 두께에 많은 층을 쌓아야 많은 전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로 꼽혀요. 세라믹 재료에 어떤 물질을 첨가하고 각각의 얼마의 첨가량을 넣는지도 MLCC의 특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각 제조사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나노 기술 단계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 반도체라면, 마이크로 기술 단계에선 MLCC가 가장 높다고 평가돼요. 그래서 가격도 비싸요. MLCC로 300ml짜리 와인잔을 채우면 수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닐 정도죠.
MLCC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어요.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등 기술이 고도화되면 제품에 들어가는 MLCC의 양도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센서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다보면 전력 소모가 많아지는데, 이를 위해 많은 용량과 수량의 MLCC가 요구될 수밖에 없겠죠.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전장용 MLCC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삼성전기는 지난해 전장용 MLCC 풀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는데요. 삼성전기가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성장이 보장된 '노다지' 시장이어서겠죠.
전장용 MLCC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만큼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해요.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혹한 테스트를 거치는데,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만족해야 해요. 개발 기간도 IT용 MLCC에 비해 3배 정도 길게 소요되고, 가격도 3~10배 비싸죠.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 발전에 따라 MLCC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경우 MLCC 탑재량도 일반 차량에 비해 많아요. 앞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진보하면 자동차 1대당 MLCC 탑재량은 3000~9000개까지 증가할 거라고 해요. 삼성전기는 이런 가능성을 보고 전장용 MLCC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요.
지난 28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조국환 삼성전기 전략마케팅 팀장은 "올해 자동차 출하량 회복과 함께 반도체 수급 문제도 하반기 안정화가 예상돼 전장용 MLCC 수요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기는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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