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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대 팔던 르노·GM·쌍용차 5년새 '반토막'

  • 2021.06.04(금) 14:57

1~5월 판매 20만대…전년비 13.4%↓
반도체난·파업에 수출 뚝…내수도 부진

국내에 생산기지를 둔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가 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가 덮친 작년보다도 차가 안 팔린다. 밖으론 작년 코로나19에 이어 올해 차 반도체 부족 사태까지 터졌고, 내부적으론 자체 경쟁력이 떨어진 탓에 글로벌 본사와 국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차 반도체 부족에 노조 파업까지

올 1~5월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외국계 자본 완성차 회사의 판매량은 총 20만1477대다. 한국지엠 12만7907대, 르노삼성차 4만1760, 쌍용차 3만1810대 등이다. 이는 작년동기대비 13.4% 감소한 수치다. 

작년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전세계 차 판매가 급감했던 때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작년 판매도 재작년(2019년)보다 18.6% 감소했다. 사상 초유의 위기였던 작년보다 바닥이 더 깊어진 것이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판매량은 2016년 101만대, 2017년 95만대, 2018년 83만대, 2019년 73만대, 2020년 59만대로 매년 앞자리가 바뀌고 있다. 지난 1~5월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판매량은 50만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전 세계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생산 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판매를 보면 한국지엠 수출은 2011년 66만대였던 것이 지난해 29만대로 감소했다. GM이 오펠 등 유럽브랜드를 매각하면서 유럽 수출물량을 맡았던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이 감소하면서다. 2018년 군산공장은 문을 닫았다. 작년부터 부평공장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수출 감소세는 막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처지가 비슷하다. 르노삼성차는 유럽으로 수출되던 SM3의 생산이 중단됐던 2012년,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중단됐던 2020년을 각각 기점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부산공장이 소형 SUV XM3의 유럽 생산물량을 배정받았지만 로그의 빈자리는 채우지 못했다.

수출 부진은 작년 코로나19에 이어 올해 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수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는데 올해는 차 반도체 영향으로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진 공장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 원인을 외부로만 돌릴 수 없다. 내부적으로 한국 생산기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르노그룹은 전 세계 19개 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는데, 부산 공장은 그 순위가 2018년 1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떨어졌다. 비용 평가 부분은 17위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 노조의 '습관성 파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르노삼성차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XM3를 유럽에 출시했는데,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물량을 제때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예상보다 시장 초기 반응이 좋지만 물량 부족으로 시장 선점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견고한 현대차 벽, 틈새 뚫고 있지만…

내수도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틈바구니에서 밀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다양한 차종과 빠른 시장 대응력으로 견고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는 소형 SUV 등으로 틈새시장을 뚫고 있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1~5월 내수 판매는 2만여대로 전년동기대비 44.1%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판매량은 6만대를 넘지 못한다. 내수 판매가 6만대를 넘지 못했던 2012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르노삼성차의 부진은 세단의 몰락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SM6는 222대 팔렸다. 올 1~5월 누적 판매량은 1196대로 전년동기대비 70.4% 급감했다. SM3와 SM7은 단종됐다. 세단의 공백을 SUV로 메우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긴 역부족이다. 

지난해 출시된 XM3의 올 1~5월 판매는 6521대로 전년동기대비 61.5% 급감했다. 생산물량을 내수보다 수출에 투입한 결과지만 작년 시동꺼짐 현상으로 인한 리콜은 신차효과에 찬물을 부었다. 작년에 출시한 전기차 르노 조에의 5개월 판매량은 319대다.

그나마 SUV QM6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 1~5월 1만3899대 팔리며 내수 전체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LPG SUV 시장을 파고든 결과다. 틈새시장은 외국계 자본 완성차 회사의 생존처다. 쌍용차가 2009년 회생절차 이후 되살아난 것은 티볼리 덕분이었다. 2015년 출시된 티볼리는 국내에 소형 SUV 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블루오션'은 금세 '레드오션'이 됐다. 현대차, 한국지엠 등에서 소형 SUV를 내놓으면서다. 쌍용차가 올해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것도 티볼리를 이을 신차를 내지 못한 영향이다. 그나마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선전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양산하는 유일한 픽업 트럭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운 결과다.

한국지엠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너진 승용차 시장을 SUV로 버티고 있다. 올 1~5월 말리부 판매량은 1375대로 전년동기대비 48.2% 급감했다. 믿었던 경차 스파크의 이 기간 판매량(9053대)도 20.9% 줄었다. 그나마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지난 5개월 판매량(7962대)이 전년동기 대비 22.3% 늘었다는 게 긍정적이다. 

판매량이 회사의 경영 성과의 전부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차를 많이 파는 것보다 수익을 많이 내는 전략으로 경영 방향이 바뀌고 있어서다. 일례로 한국지엠은 2016년 내수시장에서 18만대 이상 팔았지만 그해 영업손실은 5219억원이 넘었다. 이후 한국지엠은 내수시장에서 판매량보다 수익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현대차와 상대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감수해야 하는데, 출혈경쟁에서 외국계 자본 완성차 회사가 이기긴 쉽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수익성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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