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배전, 농기계, 산업기계, 금속제련…. 일반 소비자들 생활과 가깝지 않은 전통적인 제조업이다.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 재계 16위 LS그룹이 대중에게 덜 알려진 이유기도 하다. 전통 제조업은 여러 산업의 근간이 되지만 4차 산업의 대두로 낙후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LS그룹은 이런 산업과 시장의 환경 변화 속 돌파구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서 찾고 있다. 이를 그룹의 미래 준비 전략으로 정한 것이다.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게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특명'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현재의 저성장 기조를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꼽고, 이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하급수 기술(exponential technology)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ABB, 지멘스 등 디지털 전환에 과감히 투자하고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해 LS도 디지털 역량 확보에 주력하자"고 말했다.
차기 총수로 꼽히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역시 지주사 내 미래혁신단을 맡아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있다. 또 애자일 경영기법을 전파하며 그룹의 디지털 미래 전략을 이끌고 있다. 구 회장은 'LS 애자일 데모 데이(Agile Demo Day)'를 매년 개최해, 미래혁신단과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 성과를 임직원들 앞에 공개하고 있다.
변화는 계열사마다 나타나고 있다. LS전선은 스마트 공장·빌딩의 확산, 사물인터넷 인프라 구축 등에 맞춰 탄소섬유 랜(LAN) 케이블과 해킹 방지용 광케이블 등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탄소섬유 랜 케이블은 차세대 소재인 탄소섬유를 케이블 보호 소재로 쓴 것이다. 무게는 10~20% 이상 가볍고, 유연성과 내구성은 30% 이상 높다. 전기차와 철도·항공·선박 등에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킹 방지용 광케이블은 특수 광섬유를 사용하고, 코팅을 강화해 정보의 불법 유출과 교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금융, 방위산업, 데이터센터, 폐쇄회로(CC)TV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LS일렉트릭(ELECTRIC, 옛 LS산전)은 올해 2월 LS글로벌로부터 물적 분할한 LS ITC를 인수했다. 전력·자동화 사업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LS ITC는 빅 데이터, IoT, 스마트 팩토리 등에 필요한 산업·IT 융합 서비스를 핵심 역량으로 보유한 IT 전문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LS일렉트릭은 디지털 제품과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LS일렉트릭은 충북 청주 1사업장 G동에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은 기존 7500대 수준에서 2만대로 확대됐다. 에너지 사용량은 60% 이상 절감됐으며 불량률도 글로벌 스마트 공장 수준인 6PPM(백만분율, Parts Per Million)으로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LS-니코(Nikko)동제련은 온산제련소에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인 ODS(Onsan Digital Smelter)를 추진 중이다. 세계 2위 생산량의 온산제련소를 생산의 효율성과 안정성 강화는 물론, 안전확보와 환경보호까지 아우른 글로벌 제련업계 최초의 제련소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 밖에 농기계를 생산하는 LS엠트론은 고객과 점검 관련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원격관리 시스템(iTractor2)을 트랙터에 장착했다. 고객들이 트랙터 유지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LPG 전문기업 E1은 여수·인천·대산 기지 내에 작업자가 모바일 기기로도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안전환경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안전환경 포털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LS그룹 관계자는 "LS는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 자동화·빅데이터·AI 기술 등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외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같은 스마트한 연구개발(R&D)을 통해 디지털에 강한 LS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