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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넘어 '최고'로…유한양행, 다음 그림은

  • 2021.07.08(목) 07:00

[워치전망대]제약바이오① 유한양행
R&D 투자 확대…'렉라자' 등 신약 개발 성과
조욱제 사장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도약' 목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초'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처음이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초로 북미 대륙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콜롬버스',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처럼 '최초'라는 단어는 위대함과 존경심까지 내포하는 힘이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그렇다. 유한양행은 다양한 방면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공개를 실시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도 처음이다. 또 2014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수년간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켜냈다.(지난해에는 셀트리온이 제약바이오 기업을 통틀어 매출액 1위, 유한양행은 2위를 차지했다)

코프로모션에 집중…의약품 '유통기업' 오명

유한양행은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경영이념을 토대로 수많은 전문 경영인들이 현재의 유한양행을 만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주역은 이정희 전 사장이다. 유한양행은 이 전 사장의 취임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사장은 유한양행에 공채로 입사해 유통사업부장, 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5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유한양행은 이 전 사장 취임 전부터 오랫동안 업계 매출 1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업계는 유한양행을 유통기업으로 치부해왔다.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매출 구조부터 짚어야 한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오리지널 의약품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코프로모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시장 선호도가 높아 매출이 보장된다. 

코프로모션을 할 경우 해당 제품 매출이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 매출에 모두 적용된다. 유한양행도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매출 규모가 1조원이 넘지만 절반은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 매출이다. 

코프로모션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자사가 개발 중인 약물이 글로벌 제약사의 약물과 동일 계열일 경우, 개발 성공시 손쉽게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항암제 '코프로모션'을 지속 확대해왔다. 유한양행은 순환기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항암제 분야가 취약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한양행은 현재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와의 코프로모션은 향후 항암제 개발 성공에 대비해 해당 영역의 영업‧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유한양행의 야심…'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6월30일)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 투자 2배 이상 증가

현재의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기업이다. 이 전 사장은 취임기간 동안 연구개발(R&D)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 덕분에 유한양행은 유통기업이라는 오명을 서서히 벗기 시작했다. 2015년 이전까지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6%대였다. 이 전 사장은 6년간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해 임기 첫 해인 2015년 6%에서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20년에는 13.7%로 R&D 비중을 2배 이상 늘렸다.

특히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액은 3년 사이에 1000억원이 증가했다. 1조원이 넘는 전체 매출액으로 봤을 때 10%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연구개발비를 보면 늘어난 매출 1000억원이 고스란히 연구개발 투자에 쓰였다. 연구개발비 투자금액이 3년 전보다 100%가 증가한 셈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한양행이 현재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21개 파이프라인 가운데 2018~2019년 사이에 연구가 시작된 품목이 15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전 사장 취임 전에 시작돼 현재 남아있는 품목은 단 3건에 불과하다.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2018년 583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지난해 1904억원을 기록했다. 기술수출 효과다.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5개 품목에 대해 총 4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대표적인 기술수출 성공 사례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10억원에 렉라자를 도입했다. 전임상과 임상을 거친 후 글로벌 제약기업 얀센에 지난 2018년 1조4000억원 규모로 되팔았다. 렉라자는 올해 허가와 급여진입에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판매에 따른 매출 로열티로 연간 최소 수백억, 최대 수천억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기술도입(License-in)한 11개 품목 모두 이 전 사장 취임 후인 2016년 이후부터 지난해 사이에 도입됐다. 이처럼 유한양행이 기술도입과 기술수출을 활발하게 진행하게 된 배경은 이 전 사장이 지난 2015년 취임 후 오픈 이노베이션을 핵심 미래 성장 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욱제 사장' 시대 개막…글로벌 50대 기업 도약 '기대'

유한양행은 대표이사 임기를 3년, 1회 연임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첫 3년은 기술도입을 통해 발판을 마련하고 이후 3년은 공격적인 기술수출에 나섰다. 그는 유한양행이 진정한 제약기업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전 사장은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7년부터 부사장으로 이 전 사장을 보필했던 조욱제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 사장은 지난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후 병원지점장 이사, ETC 영업·마케팅 상부, 약품사업본부장 전무, 경영관리 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조 사장은 유한양행을 '글로벌 50대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큰 숙제가 있다. 렉라자는 조건부허가를 받아 임상3상을 성공리에 마쳐야 한다. 또 제2, 제3의 렉라자도 탄생시켜야 한다. 

사장은 바뀌었지만 유한양행의 경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조 사장은 2017년 3월 부사장에 올라 4년간 이 전 사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동안 유한양행이 거둔 성과에 조 사장도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유한양행을 글로벌 50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조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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