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글로벌 철강 성장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조강(쇳물) 생산능력을 4600만톤(2020년 기준)에서 2030년까지 '6000만톤 플러스(+) 알파'로 늘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조강생산량을 보면 국내는 확대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총 조강능력은 4000만톤으로, 단일 제철소 중에서 전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죠. 반면 포스코의 해외 제철소 조강능력을 보면 인도네시아 300만톤, 중국 100만톤, 베트남 100만톤 등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해외 조강 생산능력 확대인 것입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제철소(PT.KP)의 상·하공정을 확장하고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합작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산능력 확대는 기존에 기반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 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 시장에 대한 투자보다는 리스크가 낮다"고 분석했죠.
'꿈의 숫자' 6000만톤
이번 목표는 역대급 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2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20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94% 급증했죠. 포스코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17.3%에 달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낸 이 시점에 성장 전략을 꺼낸 이유는 뭘까요. 최근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2020 글로벌 100대 철강사'를 보면 포스코의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포스코의 조강생산능력은 6위로, 2019년(5위)보다 한 단계 뒤로 밀려났습니다.
중국 철강 바람은 거셌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중국 최대 철강사인 바오우(宝武)그룹은 1위에 올라섰습니다. 수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유럽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미국 자산 지분 매각 등 여파로 2위로 밀렸죠. 100대 철강사중 중국 철강사는 58개사에 이릅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16위) 2곳만 100위내에 이름을 올렸죠.
지난해 세계 주요 철강사의 조강능력을 보면 바오우 그룹(1억1529만톤), 아르셀로미탈(7846만톤)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허베이철강그룹(4376만톤), 사강그룹(4159만톤), 일본제철(4158만톤), 포스코(4058만톤) 등은 4000만톤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죠. 이 같은 순위를 보면, 포스코가 이번 성장전략을 통해 조강능력을 키워 확실한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과거 포스코의 행보를 보면 이번 조강 확대 전략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조강생산능력 6000만톤은 늘 '꿈의 숫자' 였죠.
2006년 이구택 전 회장은 "30년 안에 포스코는 국내 3000만톤에 더해 해외 300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죠. 2010년 정준양 전 회장은 "앞으로 6000만톤 플러스 알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었죠. 수장이 최정우 회장으로 바뀌어도 장기적인 목표는 변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쇳물 30% 늘리면서 탄소 20% 줄일수 있나
하지만 2000년대에 세운 목표가 현재에도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은 해볼만 합니다. 철강업계는 최다 온실가스 배출 업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온실가스를 내뿜는 고로(용광로)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긴 어려워졌다는 얘기입니다.
전 세계 철강업계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고 있죠.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최근 온실가스 주범인 노후설비를 폐쇄하는 등 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생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초 일본제철도 국내 생산능력을 2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철강 등 제품에도 세금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6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죠.
포스코도 피할 수 없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포스코 2050 탄소중립'을 추진중이죠. 2030년 20%, 2040년 50% 등 단계적으로 탄소를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포스코 입장에선 2030년까지 조강생산능력은 30% 늘리는 동시에 탄소 배출은 20% 줄여야 되는 것입니다. 성장을 위한 경영목표와 환경을 위한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앞으로 포스코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