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은 바이오벤처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벤처는 뚜렷한 수익구조를 갖기 어렵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바이오산업의 특성 탓이다. 지난 2008년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알테오젠 역시 아직 개발을 마친 제품이 없다. 따라서 제품 매출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알테오젠은 원천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로서는 한 건을 수주하기도 어려운 기술이전 계약을 최근 3년간 잇따라 진행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다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현재는 바이오베터 플랫폼을 넘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바이오베터'의 강자…'6조원대' 기술이전 성과
알테오젠은 '바이오베터(Bio-Better)' 대표주자다. 바이오베터는 안전성을 검증받은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효능과 편의성을 개선한 약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상관없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한 복제약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약값도 강점이다. 보통 바이오시밀러의 약값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60~70% 정도로 책정된다. 하지만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의 2~4배 정도를 받는다.
'하이브로자임' 기술은 알테오젠의 대표적인 바이오베터 플랫폼이다.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방식으로 약물전달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다. 환자가 병원에서 4~5시간 맞아야 하는 IV 제형과 달리 SC 제형을 이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5분 내로 스스로 주사할 수 있다. 이미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특허 만료 바이오의약품에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는 만큼 허가가능성도 높다. 현재 전 세계에서 SC 제형 변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뿐이다.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활용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ALT-B4)'를 통해서만 지난해까지 총 6조32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 2019년 11월에 이어 지난해 6월 연속으로 세계 10대 제약사 두 곳과 ALT-B4의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총 13억73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38억65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조 단위 계약이다.
올해 1월에는 글로벌 제네릭 전문 제약기업 '인타스'와 총 1억900만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비독점적 계약을 맺었던 알테오젠이 독점적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독점적 계약을 맺을 경우 하이브로자임 플랫폼로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동일한 적응증을 타깃으로 하는 다수 업체의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독점 계약에서는 계약금이나 마일스톤과는 별도로 제품 상용화 이후 로열티를 보장받았다. 계약에 따르면 순매출 규모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 퍼센트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인타스 제품 발매 이후 알테오젠은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의 판권을 확보, 지속적인 매출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타스는 자체 제품을 SC 제형으로 바꾸는 임상 1상을 올해 안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바이오베터 플랫폼을 활용한 파이프라인도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주요 플랫폼으로 몸 안에서 단백질 의약품 효능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돕는 '넥스피(NexP)', 항체의 특정 위치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접합하는 '넥스맵(NexMab)' 등이 있다. NexMab 플랫폼을 활용한 유방암 치료제 'ALT-P7', NexP 플랫폼을 활용한 지속형 인성장호르몬 'ALT-P1'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ALT-P7은 지난 3일 국내 임상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기술이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 '흑자전환' 성공…'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
연이은 기술이전 계약 체결은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알테오젠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지속 증가했지만 지난해까지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졌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018년 137억원에서 2019년 292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손실의 경우 2018년 77억원에서 2019년 23억원으로 적자 폭이 감소했다. 순손실도 2018년 71억원에서 2019년 1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ALT-B4의 대규모 기술이전 매출이 인식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424억2584만원으로 전년 대비 45.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억371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돈을 버는' 바이오벤처로서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34억2240만원으로 전년 대비 96.7% 늘었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연구개발비, 임상시험 비용 등도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알테오젠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알테오젠은 바이오베터에서 나아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까지 확장하고 있다. 현재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을 개발 중이다. 아일리아는 글로벌 매출 규모만 지난 2019년 기준 75억4160만달러(약 8조7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오는 2023년 미국에서, 2025년 유럽에서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개발에 성공하면 ALT-L9은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알테오젠에 따르면 지난 4일 ALT-L9의 임상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글로벌 임상3상을 앞두고 있다. SC 제형 변형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면 아일리아의 제형특허를 피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ALT-L9의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알테오젠의 사업 확장 구조를 두고 셀트리온을 떠올린다. 셀트리온은 설립 초기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한 후 바이오베터 '램시마SC'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 알테오젠 역시 하이브로자임, NexP, NexMab 등 바이오베터 플랫폼을 내세워 매출을 올린 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알테오젠이 탄탄한 기술력을 발판 삼아 '제2의 셀트리온'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