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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날계란 맞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변…"불가피했다"

  • 2021.09.10(금) 19:15

주총장 가보니…진통 끝 감자 통과
개인투자자, 근조화환 설치하고 반발
사측 "8000억 증자로 신사업 등 투자"

10일 두산인프라코어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 이 회사의 인천 본사 앞. 주총을 위해 모인 주주들은 회사를 향해 날계란을 던지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추진 중인 '무상감자·유상증자'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다. ▷관련기사: [두산인프라코어 M&A 리뷰]③이미 예고됐던 증자(9월3일)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등 각종 비용을 개인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날 올라온 안건은 이런 소액주주의 뜻과 달리 모두 통과됐다. 1시간30분 가량의 진통은 절차에 불과했다.

뿔난 주주들

두산인프라코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0일. 본사 앞에서 무상감자 안건에 대해 항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이날 오전 8시30분. 주총 개최 30분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두산인프라코어 본사 정문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20~3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 주주가 이렇게 많이 온 주총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주주들은 '계란 던지기' 등 항의 시위를 펼쳤다. '감자탕 맛집' '주주 돈은 왜 탐내' 등 문구가 쓰인 10여개의 근조화환도  설치했다. 본사를 향해 계란을 던진 개인투자자는 "현대중공업은 동학개미 등골 휘는 8000억원 유상증자를 즉각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주주 대부분은 한 포털 사회관계망(SNS) 모임의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모임' 가입자들이다. 이들은 회사가 추진하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반대하면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렸다. 현재 가입 인원만 2500여명.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현대중공업에 분노하며 앞으로도 개인주주들은 힘을 합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주주들이 계란 던지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모임 제공

예상보다 길어졌던 주총

이날 주총에서 다룬 안건은 △사내인사 선임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감자 △사명 변경 크게 3가지였다. 이 중 주총장을 뜨겁게 달군 안건은 자본금 3915억원을 783억으로 감액하는 '액면가 5대1 무상감자'였다. 보통 30분 안팎이면 끝났던 두산인프라코어 주총은 이날 만큼은 1시간30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주주만 입장할 수 있는 주총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개인투자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무상감자 안건에 대해 날선 공방이 오갔다고 한다. 주주들이 질문하면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 하나하나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무상감자와 함께 8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추진돼서다. 이날 주총이 끝난 이후 진행된 이사회에서 약 1억151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결정됐다.

현대중공업의 인수대금이 8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8000억원 규모 증자는 너무 크다는 의견이 소액 주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이날 불만을 표시하며 주총장을 빠져나간 한 주주는 "개인주주들이 분노하는 이유엔 무상감자보다 유상증자 영향이 더 크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법인세, 인수대금 등을 다 개미(개인투자자)한테 떠넘기는 행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주주 역시 "개미 대부분이 두산인프라코어에 화가 나기보단 현대중공업과 현대제뉴인에 분노하고 있다"며 "사실 이번 감자와 증자의 결정권도 그쪽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도 영향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으니 무기력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안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상태가 악화됐고 이 탓에 증자를 하지 않으면 인수 효과를 내기 어렵단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투자 부문, 사업 부문 등을 나누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이 올라간 상태"라며 "아직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1~2개 분기 실적이 악화하면 자본잠식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2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하는 회사입장에선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증자와 감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은 신사업과 중국 자회사 등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앞으로 1~2년이 가장 중요하다"며 "증자로 확보한 돈으로 신사업 투자, DICC(중국 자회사) 지분 매입, 연구 개발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경영 상태가 괜찮아지면 2년 내 배당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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