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거래가 종료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합병(M&A)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가총액 9000억원대 두산인프라코어가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증자대금중 5000억원 가량을 이번 M&A의 '마무리 비용'으로 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인수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거래는 끝났지만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두산인프라코어 M&A를 다시 들여다봤다.
현금 6908억 입금
지난달 19일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29.94%를 현대제뉴인에 8500억원에 최종 매각했다. 현대제뉴인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2월 설립된 중간지주사로,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작년 12월 두산인프라코어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가 선정된 후 8개월 만에 거래가 끝난 것이다.
매매대금이 모두 두산중공업으로 입금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제뉴인이 두산중공업에 낸 현금은 6908억원 가량이다.
법인세 등 정산대금 677억원,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Doosan Infracore China Co, 이하 DICC) 지분 인수 관련 915억원 등은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기로 하면서다. 현대제뉴인은 이 비용을 제외한 6908억원을 두산중공업에 입금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
'딜 클로징' 6일 뒤인 지난 25일 두산인프라코어는 예기치 못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자본금 80% 감자와 8000억원대 유상증자 추진이다. 재무구조 개선안은 이번 달 1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안 발표 다음날(8월26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18.77% 급락했다. 시가총액에 맞먹는 8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지난달 25일 1만465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1만22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증자금중 5000억원을 M&A '뒤처리 비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DICC 지분 20% 매수에 3000억원,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에 2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증자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리포트 제목은 'DICC 지분 인수와 자본확충 계획,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현대제뉴인 입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 거래가 종료됐지만 관련 비용으로 5000억원을 더 쓰게 됐다. 5000억원은 두산중공업이 부담했던 법인세, DICC 지분 인수 대금 등 비용 1592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현대제뉴인 입장에선 지분 매매 대금(6908억원)에 맞먹는 비용(5000억원)이 추가된 것이다.
소액주주 '인수비용 떠넘기기' 반발
현대제뉴인은 대규모 '두산인프라코어 증자' 부담이 크지 않다. 이번에 추진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증자 방식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어서다. 현대제뉴인 입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29.94%)만큼인 2395억원을 증자대금으로 납입하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5605억원은 소액 주주나 일반 투자자의 몫이다.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무리한 뒤에, 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에게 '청구서'가 날아간 셈이다.
이 탓에 소액주주는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대금을 소액주주에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으로 토로하고 있다. 기습적인 재무구조 개선안 발표에 주가가 급락한 소액주주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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