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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치매에 걸린다고?"…'펫케어'의 진화

  • 2021.10.04(월) 10:30

반려 동물 항암제·당뇨치료제 등 개발 활발
"제품 수명 길고 허가 기간 짧은 알짜 산업"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반려동물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동물의약품은 인체의약품에 비해 제품 수명주기가 길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드는 '알짜'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구충제, 피부약, 항생제 등에 한정돼 있던 동물의약품이 항암제, 치매치료제, 당뇨치료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동물의약품 시장 '공략'

동국제약은 최근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치료제 '캐니돌 정'을 출시했다. 캐니돌 정은 치아지지조직질환과 치은염에 효과가 있는 동물의약품이다. 한국펫사료협회에 따르면 구강 질환은 질병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한 이유 2위에 해당한다.

동국제약은 앞서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 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고 동물의약품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동국제약은 "이번 캐니돌 정 출시를 시작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동물용 의약품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관련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약개발 기업 '지엔티파마'는 지난 5월 국내 최초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신약 '제다큐어'를 내놨다. CDS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질환으로 일명 '개 치매'라고 불린다. 제다큐어는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반려견 치매치료제다. 유한양행이 제다큐어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고 국내 유통과 판매를 담당한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당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대한수의학회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당뇨치료제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대웅제약은 "인슐린과 이나보글리플로진을 투여한 결과 혈당 조절이 어려운 반려동물에게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반려동물 스타트업 '한국수의정보(현 대웅펫)'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항암면역치료제 전문 기업 박셀바이오는 지난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반려견 항암제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박스루킨-15는 세계 최초 반려견 전용 항암면역치료제다. 현재 반려견의 암 발생률은 50% 이상으로 사람보다 높지만 반려견 전용 항암제가 없어 사람이 쓰는 약을 투여하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품목허가를 받으면 박스루킨-15가 '블록버스터급 동물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적고 성장성 높은 고마진 산업"

제약바이오업계가 동물의약품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알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인체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제품 허가에 드는 기간도 짧다. 동물의약품의 개발 비용은 1억달러(약 1188억원) 정도로 인체의약품 개발비용의 10% 수준이다. 제품 허가에 걸리는 기간도 3~7년이다.

또 동물의약품 제품의 평균 수명주기는 약 29년인 데다 의약품 특허 만료 이후에도 바이오시밀러(복제약)와의 경쟁이 덜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의약품은 인체의약품을 만들 때 구축한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다"면서 "동물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은 적지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고마진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전 세계적으로 동물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5%인 312만가구다. 가구 7곳 중 1곳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여기에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에 걸리는 개체 수가 늘고 있다는 점도 동물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 반려견 양육 가구 중 노령견의 비율은 19%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리서치는 세계 동물의약품 시장이 2021년 480억달러(약 57조192억원)에서 2026년 685억달러(약 81조3711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제약바이오기업의 동물의약품 개발 분야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동물의약품은 바이러나스 세균 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나 구충제, 항생제·진통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매나 당뇨처럼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의약품이 증가하고 있다. 항암제, 치매 등 의약품의 경우 글로벌 동물의약품 기업으로 꼽히는 '조에티스'나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동물이 아프면 더 많은 지출을 해서라도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동물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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