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도로에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어요. 도로 위를 달리는 차가 전기차인지 어떻게 바로 알 수 있냐고요? 우선 번호판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어요. 기존 내연기관차 번호판은 흰색인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번호판 색깔은 파란색이기 때문이죠.
또 다른 방법이 있어요. 차 전면부에 있는 그릴의 모습이 전기차는 조금 달라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그릴의 역할도 바뀌고 있죠. 이번 '테크따라잡기'에선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 그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료를 참고했어요.
내연기관차 전면부에 빠짐없이 자리잡고 있는 그릴은 공기를 엔진룸으로 유입시켜 라디에이터와 엔진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해요. 차에 탑재된 엔진은 주행하면서 온도가 올라가죠. 엔진의 열을 식히느라 뜨거워진 냉각수는 라디에이터(방열기)에서 온도를 낮춰야 해요. 이때 냉각수를 식혀주는 라디에이터는 뜨거워지죠. 뜨거워진 라디에이터는 그릴로 공기를 불어넣어 식혀야 하죠.
그릴은 라디에이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대요. 주행 시 라디에이터와 엔진에 유입될 수 있는 외부 물질을 일차적으로 걸러줘 고장이나 파손을 예방하죠. 기능적인 역할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전면부는 차의 얼굴이잖아요.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의 디자인 철학을 그릴에 반영하고 있죠. BMW의 그릴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죠.
전기차에도 그릴이 필요할까요?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요.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차가 움직이기 때문이죠. 기름을 태우며 뜨거워진 엔진을 식힐 필요가 없는 거죠.
그렇다고 그릴이 전혀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엔진 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모터, 배터리를 적당한 온도로 냉각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라디에이터의 역할이 줄면서 그릴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대요. 그릴 자체를 없앤 전기차도 있어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대표적이죠.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조형 요소나 엠블럼,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차량 전면부에 배치하고 있죠. 최근 공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플랫폼(E-GMP) 전기차 GV60는 그릴의 위치를 낮추며 기존 제네시스 모델과는 다른 그릴 형태를 선보였어요.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 상무는 지난달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냉각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차량 하단부에만 냉각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전기차만의 디자인 요소로 발전시켰다"고 그릴의 위치를 낮춘 이유를 설명했죠.
그릴 기술 자체도 진화하고 있죠. 현대모비스는 차량 전면 그릴에 LED 조명을 적용한 '라이팅 그릴'과 차량 상태와 운행 조건에 따라 그릴 자체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그릴 일체식 액티브 에어 플랩' 기술을 개발했어요.
'라이팅 그릴'은 차량 전면부 그릴 전체를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래요. 자율주행 모드, 전기차 충전 모드 등 상황에 따라 그릴의 조명 패턴과 색깔이 변해요. 라이팅 그릴은 현재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위한 검증 작업 중이래요.
'그릴 일체식 액티브 에어 플랩'은 냉각수 온도에 따라 그릴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술이에요. 냉각수 온도가 높으면 에어 플랩이 열어 공기를 흡입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온도가 내려가면 에어 플랩을 닫는 거죠. 에어 플랩이 닫히면 공기 저항이 줄어 차량의 난방 효율과 연비를 높일 수도 있대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예요.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릴게요.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