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 기업이 한국을 세계적인 백신 생산·보급 기지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은다. 정부는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백신·원부자재 기업 14곳에 180억원을 지원한다. 국내 주요 백신·원부자재 기업들은 오는 2024년까지 6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는 민간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백신·원부자재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발표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 상황을 점검하고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또 국내 백신 원부자재·장비의 자급화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민관 공동 협약식을 체결했다.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만들기 위해 국내 백신·원부자재 기업을 초일류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산설비 구축 지원 △민간 투자 활성화 △특허 지원 강화 △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제조시설 지원 등의 세부 방안을 내놨다.
우선 정부는 투자 계획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백신·원부자재 기업 14곳을 선정, 18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신 기업은 에스티팜, 큐라티스, 한국비엠아이, 한미약품, HK바이오이노베이션, 씨드모젠, 휴메딕스, 제테마, 보란파마 등 9곳이다. 원부자재 기업은 한미정밀화학, 아미코젠, 엘엠에스, 셀리드, 이셀 등 5곳이 선정됐다.
아울러 민간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15개 백신·원부자재 기업들은 오는 2024년까지 약 6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4공장과 송도 5·6공장 건설에 총 4조2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오는 2024년까지 백신 연구소 등을 위해 각각 1조5000억원, 2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백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바이오의약품 전반으로 투자 동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백신·원부자재 산업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이 운영하기 좋은 백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특허 지원을 늘리고 국내 백신의 수출 마케팅도 돕는다. 정부는 위원회 내 '분석특허팀'을 신설, 백신 산업과 관련된 국제 특허 이슈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백신·원부자재 산업이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협력을 지원할 전망이다. 또 안동, 화순 등에 위치한 백신 GMP 공공 제조시설을 활용해 자체 설비가 없는 기업의 백신 상용화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백신·원부자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 공동 협약식'을 개최했다. 국내 백신 원부자재·장비의 자급화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정부, 기관이 손을 잡았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GC녹십자, 에스티팜, LG화학 등의 기업이 참여했다. 산업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백신 원부자재·장비 상생협력 협의체를 운영하고 참여 기업과 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