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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SK바이오팜, 중국 시장 잡을까

  • 2021.11.15(월) 17:30

중국 진출 위해 글로벌 투자사와 합작법인 설립
CNS 6개 품목 기술수출…"중국진출 성공확률 높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겁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똑같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사냥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SK바이오팜(에스케이바이오팜)은 최근 중국에 중추신경계(CNS) 제약사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를 설립했습니다.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는 중국 상하이 소재 글로벌 투자사 '6디멘션 캐피탈'과 손을 잡고 설립한 합작법인입니다. SK바이오팜은 중국 등에서 CNS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권리를 이그너스 테라퓨틱스에 현물출자할 예정인데요. 

이그너스의 지분 약 44.9%를 확보하고 이그니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향후 계약 조건에 따라 선계약금 2000만달러,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1500만달러,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 수익을 지급받게 됩니다. 

SK바이오팜이 중국 판권을 이그니스에 기술수출하는 CNS 신약 파이프라인은 6개입니다.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카리스바메이트' △집중력 장애 신약 'SKL13865' △조현병 신약 'SKL20540' △뇌전증 신약 'SKL24741' 등입니다. 

SK바이오팜이 CNS 신약 파이프라인은 6개의 중국 판권을 합작법인 '이그니스'에 기술수출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이 중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판매 중인데요. 앞서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과 마케팅을 위해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지난 2019년 '세노바메이트'를 허가 받았습니다. 현재 SK라이프사이언스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합작법인을 통해 간접 판매가 이뤄지는 반면, 미국에서는 직접 판매를 하는 셈입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현지법인 없이 로컬 기업을 통한 간접판매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아벨(현재 안젤리나파마에 인수), 일본은 오노약품공업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습니다. '솔리암페톨' 역시 재즈사에 기술수출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간접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은 파트너사로부터 판매 수익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수취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사냥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굳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냥꾼에게 의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잡은 호랑이에 대한 수익을 사냥꾼과 나눠 갖는 만큼 가장 안전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현지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를 하기 때문에 수익 100%를 가져가게 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왜 합작법인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SK바이오팜의 신약 파이프라인들은 중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 제약시장은 진출하기 수월한 시장은 아닙니다. 의약품 임상연구부터 허가‧특허 등 절차가 복잡한데다 현지 시장 진입의 문턱도 높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중국 투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미국과 유럽 진출로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전 세계에서 의약품 시장 규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입니다. 이미 2개 제품 모두 미국과 유럽 허가에 성공한 만큼 중국 시장 진출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도 중추신경계 분야에 집중해온 SK바이오팜의 중국 진출 성공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강하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 합작법인 설립으로 중국 마케팅 플랫폼을 확보하며 SK바이오팜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브랜드 밸류를 높이는 중국 시장으로의 첫발걸음을 내딛었다"며 "밸류 셰어를 추가 확대한 구조의 중국 진출을 도모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진출 속도와 성공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K바이오팜은 그동안 중추신경계와 뇌 질환 분야를 집중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개발, 인·허가, 시판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는 일만 남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매출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중국 시장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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