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FDA 자료만 230만쪽"…'K-신약' 역사 쓴 SK바이오팜 비결은

  • 2022.10.13(목) 06:31

세노바메이트, 국내 최초 신약 개발 전 과정 독자 진행
조정우 사장 "단계별 데이터 확보가 신약 개발의 핵심"
시장·적응증 확대…매출 '1조원' 블록버스터 신약 목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품목허가 획득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킨 기업이 있다. SK바이오팜이다. 지난 2019년과 2021년 각각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온투즈리)'가 그 결과물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세노바메이트의 개발과 허가·출시를 이끈 주역이다. 2001년 SK그룹에 입사, 2017년 SK바이오팜과 SK라이프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사장은 12일 열린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에서 세노바메이트 개발 경험과 상용화 전략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서 그는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글로벌 신약 개발 뒤엔 '데이터'가 있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다. 뇌전증은 유전이나 외상 등의 이유로 의식이나 운동, 감각 등에 발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미국의 뇌전증 환자는 약 340만명으로 추정된다. 뇌전증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뉘는데, 세노바메이트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부분발작 치료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01년 세노바메이트 기초연구를 시작한 뒤 20여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품목허가 신청(NDA)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만쪽에 달한다. 조 사장은 "사실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앞서 실패한 과제가 더 많고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점도 상당히 많았다"면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는 데 2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상당히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밝혔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12일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에서 세노바메이트 성공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이런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데이터 확보다. 확실한 단계별 데이터가 있었기에 임상 초기 단계에서도 자금 조달이나 외부 인재 영입 등이 가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사장은 "개발 초기엔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전문가가 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데이터를 미리 많이 뽑아 놨다"며 "자금을 지원해주는 기관의 직원은 대부분 과학자가 아닌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데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리 확보한 데이터는 임상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NDA 과정에서 FDA와 협상을 통해 임상2상에서 얻은 일부 데이터를 임상3상에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보면 보통 임상2상에서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안전성 및 최적의 용법·용량 등을 확인한다. 이후 임상3상에서 질병 대상과 환자 수를 대폭 늘려 유사한 약효를 가진 의약품과 약효 및 부작용을 비교한다.

조 사장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임상2상에서 임상3상(피보탈 임상) 수준으로 데이터를 관리했다. 그는 "FDA와 임상2상 종료 회의를 할 때 임상2a와 임상2b 데이터를 NDA 요건인 피보탈 임상 데이터로 인정해줄 수 있는지, 이후 임상을 오픈라벨* 방식으로 진행해도 될지를 물어봤다"면서 "임상3상을 완전히 면제받은 건 아니고 임상3상의 안전성 데이터 확보를 위한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요청을 고려하겠다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오픈라벨 방식: 피험자와 시험자 모두 시험약과 대조약 중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알고 진행하는 방식

조 사장이 꼽은 '세노바베이트' 성공 전략

이날 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를 상업화할 수 있던 핵심 전략도 제시했다. 우선 그는 연구개발(R&D)의 관점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서 유효성을 확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FDA가 가장 많이 질문했던 것은 안전성에 관한 내용"이라며 "부작용 이슈 등이 생겼을 때 약의 용량이나 투약 방법 등을 조정해 어떻게 대응할지 데이터를 쌓아 둬야 한다"고 했다.

성공적인 상업화를 위해선 선제적인 준비가 중요하다고 봤다. 조 사장은 "임상 디자인을 설계할 때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함께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노바메이트 품목허가 전부터 세일즈 및 마케팅 관련 인재를 채용하고 미국 지역에서 영업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면서 "NDA 받기 전엔 약의 이름과 정체에 관해 얘기할 수 없어서 프리(Pre) 론칭 차원에서 SK와 SK라이프사이언스라는 회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또 활발한 마케팅 활동과 출시 이후 연구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사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실제 약을 먹고 효과를 본 환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등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품목허가 이후 추적 관찰하는 임상4상에서 복용량 및 병용 의약품의 가감, 적응증 확대 등을 위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쌓는 중"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직접판매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는 올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매출 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미국 연매출인 78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남미와 중동, 2025년 한국·중국·일본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그 다음 목표는 연매출 1조원 달성"이라고 포부를 내놨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