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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팁도 기술'…KT 상권분석 플랫폼에 대학생 투입하니

  • 2021.12.08(수) 09:33

이종헌 KT AI·빅데이터 본부 상무 인터뷰
산관학 협업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 확대
AI 점포진단 내년 신규 서비스 대거 투입

통신 기업 KT에는 '잘나가게'란 독특한 이름의 서비스가 있다. 장사가 워낙 잘된다는 의미의 '잘나간다'와 '가게'란 단어를 합쳐 서비스명을 만들었다. KT의 기술력에다 빅데이터를 결합해 소상공인을 돕는 착한 서비스다. 무료로 상권 분석을 해준다.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헌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 빅데이터마케팅&세일즈 담당 상무는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다. 지난 2일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에서 그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장님, 인스타그램 좀 바꾸세요"

잘나가게는 소상공인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우선 자신의 가게가 위치한 상권의 유동·거주인구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단지 영업 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료 기반이나 유료로 제공되는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잘나가게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대학생과 소상공인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대학생이 이 플랫폼을 활용해 소상공인에게 장사 전략을 제공하도록 1대 1 매칭을 했다. 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 종로구가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학생은 소비 트렌드에 밝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하다. 이 상무는 고려대 기업산학연협력센터와 함께 '대학생-소상공인' 매칭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고려대측이 대학생을 왜 투입했는지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KT가 한 일은 1대 1 매칭, 그리고 잘나가게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를 학생들에게 교육한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물이 나왔다. 종로구의 한 선물가게 담당 대학생 팀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진단 결과는 이렇다.

△서울시 기준 7등급으로 유동인구가 적고, 거주인구는 5060세대로 노후화된 어려운 입지 △상권이 남쪽에서 시작하나 이를 유인할 방법이 없음 △선물가게임에도 무엇을 팔고자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인스타그램 정체성이 불분명

대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자세하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했고 해당 가게 소상공인은 이를 받아들였다. △상권 특성상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영업에 집중해야 함 △잘나가는 동종 업체는 인스타그램을 제품 이미지 중심으로, 자체 홈페이지와 연동해 운영 △지역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활용하되 거주인구 연령층을 고려해 와인 등을 주력해 홍보. 

이 상무는 "전문가에게 맞기면 최소 1000만원이 필요하다. 그들의 결과도 이런 상권 데이터에 개인의 아이디어를 더한 것 뿐"이라며 "잘나가게는 비용이 안들고 젊은층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간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더 많은 대학, 지자체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지원 스타트업이 등장한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개방·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실제 1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 중 하나는 이런 종류의 청년 창업을 희망한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혁신 데이터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면 요금을 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이렇게 큰 생태계를 만들면 소상공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스타트업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협업은 장기적으로 KT의 'ESG' 점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자인 ESG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 따르면 올해 KT는 환경·지배구조에서 각각 최고등급(A+)을 받았으나, 사회 부분만 A에 머물렀다. 

이종헌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 빅데이터마케팅&세일즈 담당 상무 /사진=KT 제공

신규 서비스 쏟아진다…가입자 100만 예상

잘나가게 서비스 자체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배달분석' 서비스를 론칭한 데 이어 내년엔 다양한 신규 서비스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유선통화분석'과 'AI(인공지능) 점포진단' 서비스는 소상공인의 필요에 부응한 서비스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가게 대표 유선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잘나가게 유선통화분석서비스는 '못 받은 전화'와 '자주 전화하는 고객' 데이터를 영업을 효율화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예컨대 가게 쉬는 날이나 영업시간 전·후에 유선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곳이라면 휴무일이나, 영업시간을 재조정할 수 있게 대안을 제시한다. 또 '20대, 도봉구 거주 남성, 월간 20회 전화' 등 눈에 띄는 발신자 데이터를 제공해 성별·연령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종헌 상무는 "오전 9시에 전화가 많이 오는 집이 10시 오픈하면 평생가도 모른다"라며 "유선통화분석서비스가 9시로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신자 데이터 통계도 굉장히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선통화기반의 새로운 유동인구정보 데이터인 셈"이라고 말했다.

KT 전사가 내년도 소상공인 맞춤 AI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한다. AI가 가게 전화를 대신 받아 메모를 남겨주는 'AI 통화비서'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잘나가게는 이에 발맞춰 AI가 상세한 영업 매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문가 노하우를 곁들인 AI 점포진단 서비스를 출시한다. 

잘나가게 타지역상권분석 이미지 /사진=잘나가게 갈무리

현재 자영업자가 아닌 예비창업자도 타지역 상권 분석 페이지에서 창업 준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뚝섬역 카페 창업을 희망한다면, 입점 희망 위치 근처의 카페들이 하루 평균 어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지, 유동인구 수준, 거주자·유동인구 연령층 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는 것이다.

KT는 현재 타지역 상권 검색 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일일 좌표 3개'로 제한했으나 이를 점차 완화할 예정이다. 이 상무는 "상권 데이터 재판매 사업자에게 가는 리스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3회 클릭으로 제한했는데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창업을 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끔 동네당 3번 선택 정도로 조만간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배달분석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잘나가게 이용자 수는 폭증했다. 지난 6월 2만명에 불과했던 잘나가게 실질 이용자 수는 현재 10배가량 늘었다. 이용자당 월 평균 접속 횟수는 20여회로 이틀에 한 번 이상 잘나가게 정보를 활용 중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내년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가입 마케팅을 따로 안 하고 입소문 홍보만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답답했던 초보자에게 한줄기 빛과 같다'는 이용후기를 봤을 때 정말 뿌듯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이면 100만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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