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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셔틀' 직접 타보니

  • 2022.03.10(목) 09:34

서울 상암동서 자율주행셔틀 체험 가능
차선 자연스럽게 변경… 감속땐 급정거도
"스스로 학습…데이터 쌓이면 더 안전주행"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율주행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운행 사업자엔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인 포티투닷(42dot)과 에스더블유엠(SWM)을 선정했다. 포티투닷은 니로 3대, 에스더블유엠은 카니발 1대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 7일 서울 시내에도 자율주행차가 다닌다는 소식에 호기심을 안고 상암동을 찾았다. 달릴수록 똑똑해진다는 이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동안 미래 모빌리티를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주행 도중 안전을 위해 세이프티 드라이버(Safety Driver)가 운전에 개입하긴 했지만 대부분 자율주행차 스스로 해냈다. 대체로 스티어링 휠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차선을 바꾸는 등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달릴수록 똑똑해진다"

자율주행하는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현재 많은 언론 매체가 이 자율주행차를 '택시'로 표현한다. 하지만 '셔틀'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택시는 탑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운행해주지만 현재 서비스는 정해진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고 정해진 지역에서만 승·하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율택시보단 자율주행셔틀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호출은 스마트폰 앱 'TAP!(탭)'으로 가능하다.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자 5분도 채 되지 않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앞에 검은색 니로 한대가 멈춰 섰다. 1회 이용 시 2000원이 부과되지만 첫 이용 고객에 한해서 무료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12시까지,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다.

자율주행셔틀은 앱 'TAP!'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 /사진=애플리케이션 TAP! 캡처

차 내관은 태블릿 PC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것을 제외하면 기존 차량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자율주행 시작' 버튼을 누르고 운전석에 손을 뗀 상태에서 자동차가 움직이면 비로소 '자율주행차에 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미래에 와있단 생각이 들 때쯤 자율주행셔틀은 스스로 깜빡이를 켜고 자연스럽게 차로를 변경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직접 주행을 한다. 현행법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진입 전, 디스플레이에 운전모드가 수동으로 전환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어린이 보호구역 진입 전, 디스플레이에 운전모드가 수동으로 전환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자율주행차답게 주행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스스로 멈춰 선다.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신호등 상황을 인지하기도 하지만 서울시 관제센터로부터 신호 상황을 직접 송출 받기도 한다. 만약 자율주행셔틀 앞에 큰 화물차가 있어 카메라로 신호등를 인식하지 못할 때, 관제센터에서 받은 정보를 이용해 차가 스스로 멈춘다. 

그러나 자율주행셔틀에게 고급 드라이버의 주행 실력을 기대하긴 다소 무리였다. 멈춰 서야 할 땐 급정거를 해 몸이 앞으로 쏠리기도 했다. 마치 운전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 운전자가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다소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도중 옆 차선에 다른 차량쪽으로 간격이 좁아지자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수동조작을 하기도 했다. 운전자가 액셀을 밟거나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 자율주행모드는 해제되고 수동으로 주행을 시작한다. 

교차로에 진입할 땐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으로 확 꺾이는 상황도 연출됐다.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급히 스티어링 휠을 돌려 수동 운전모드로 전환해 위기를 모면했다. 만약 보행자가 있었다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아직은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할 듯 싶었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들은 주행 데이터를 통해 보완된다. 주행 과정에서 각종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주행 상황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행 거리가 늘수록 운전 실력이 향상된단 얘기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업체들은 가상 공간에서 가상 주행을 하며 자율주행 기술들을 개발한다. 그러나 가상 공간에서의 주행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들을 반영할 수 없다"며 "반면 포티투닷은 가상 공간뿐만 아니라 실제 주행을 통해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자율주행셔틀이 스스로 학습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자율주행셔틀은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 나은 주행 능력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다 안 단 이유

/사진=42dot 제공.

포티투닷이 운행 중인 자율주행셔틀의 또 다른 특징은 라이다가 탑재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자율주행업계에선 더 정밀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다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포티투닷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탑승한 니로에도 카메라 7대와 레이더 5대가 탑재됐다. 

레이더와 라이다는 일종의 센서로 사람의 눈 역할을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레이더는 전파로, 라이더는 빛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 레이다는 파장이 길어 먼곳의 물체를 검출할 수 있고, 라이다는 해상도가 좋다는 각각의 장점이 있다.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레이다는 해상도가 낮아 라이다보다 물체의 형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고 라이다는 가시광선과 유사한 빛을 이용해 불투명한 소재를 투과하기 어렵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라이다는 레이다보다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적으로 비싸다. 연구개발 목적으로만 개발된 라이다가 5000만~1억원이기 때문에 상용화가 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뒤 "라이다는 정교하다보니 전력소비도 많아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기술 면에서 앞서가는 테슬라가 라이다 센서를 달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번 상암지구에서 자율주행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티투닷은 올해로 설립된지 만 3년 된 스타트업으로 아직은 다소 낯선 기업이다. 체험 시승을 마친 후, 회사 관계자와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포티투닷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포티투닷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포티투닷은 어떤 회사인가

▲ 포티투닷은 2019년 3월 설립됐으며 '모든 것이 스스로 움직이고 끊임없이 연결되도록 만든다'는 미션 아래 세워진 자율주행모빌리티 기술 개발 스타트업이다.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등을 거친 관련 전문가와 연구원 등 약 200여명이 근무 중이다. 

-현대차, 기아 등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안다

▲ 2019년 현대차로부터 20억원, 기아로부터 150억원을 투자 받았다(현재 현대차와 기아가 포티투닷의 지분 약 25%를 보유 중이다). SK텔레콤, LG, 롯데렌탈 등과도 초기부터 투자를 받아 협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10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매출 발생 시점 전후에 최초로 외부 투자자가 투자에 참여하는 것)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는 시리즈A 기준, 국내 스타트업 최다 투자 유치 금액이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액과 1530억원에 달한다. 

- 최근 자율주행기술 관련 스타트업들이 꽤 생겨나고 있다. 이런 경쟁자들을 제치고 포티투닷이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무엇이라고 보나

▲ 포티투닷은 단순히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자율주행모빌리티를 운영하고 플랫폼 구축까지 함께해 나간다는 점이 타 업체들과 다르다. 현재 상암지구에서 자율주행셔틀을 부르기 위해선 앱 'TAP!(탭!)'으로 호출해야하는데 이 앱이 바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상암지구엔 에스더블유엠과 함께 자율주행셔틀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포티투닷이 개발한 TAP! 앱으로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작년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를 선정할때 2가지 사업자 공고를 냈다. 시범운행지구에서 여객운송 권한을 주는 '한정운수면허'와  '운송플랫폼'이었다. 이 두가지 사업을 따낸 곳은 포티투닷이 유일하다. 

앞으로 서울시는 광화문, 마곡, 강남 등에서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인데 이 지역에서 유료차량호출을 할 땐 TAP! 앱만 사용이 가능하다.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플랫폼 구축에 있어 앞서나간다고 볼 수 있다. 

▲ 앞으로의 포티투닷의 사업 계획은

- 아직 계획을 세부적으로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일부만 공개하자면 포티투닷은 2024년부터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종시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단지에 선정된 지역이다. 포티투닷은 이 지역에서 자율주행 대중교통 플랫폼 사업자로 유일하게 참여한다.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인만큼 자율주행 대중교통 플랫폼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대중교통 시스템이 표준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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