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테스트 드라이브
"아리아! 테스트 드라이브 가자!"
"아아아아~허~♬"
볼보의 첫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Recharge)를 지난 15일 시승하면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C40 탑승 직후 '아리아'라는 발화어로 인공지능(AI)을 부르고, '테스트 드라이브 가자'라고 말했을 때였다.
그런데 AI는 음원 플랫폼 '플로'를 통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 '테스트 드라이브'를 틀어줬다. '볼보 시승(테스트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해야 세팅된 목적지로 안내해주는데, 기자는 '볼보'를 뺀 채 테스트 드라이브만 말했고, AI는 '아리아'를 '아리아나'로 들은 모양이다.
볼보는 SK텔레콤과 300억원을 투자해 만든 'T맵 인포테인먼트'를 C40에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런 까닭에 내비게이션 T맵, 에어컨 가동 등을 운전중에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다.
헛 웃음이 나올 찰나, 노래 소리가 온몸을 감쌌다. 하만 카돈의 사운드 시스템이 사방에 장착됐기 때문이다. 하만은 2017년 삼성전자가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볼보 관계자는 "차량 윈드 쉴드 앞단에 우퍼와 풀레인지 스피커 조합을 통해 고음을 제공하고, A 필러와 프론트·리어 도어, 루프 라인에도 스피커가 탑재돼 서라운드 음질을 지원한다"며 "차량 뒷바퀴 부근의 서브 우퍼가 공기를 증폭시켜 저음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승 목적지를 설정 완료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경기도 파주 콩치노콩크리트까지 왕복 약 100km 구간. 한강을 건너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친다.
시동은 거는 것도 아니고, 누르는 것도 아니었다.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레버를 'D'로 놓으면 시동이 걸렸다. 노래 제목 그대로 테스트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달리기 실력 '빠른데?'
막힌 길이 시원하게 뚫리기 시작하는 자유로에서 엑셀을 꾹 밟았다. 멀리 작게만 보이던 전방 차량이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왔다. 그만큼 빠르게 가속했다. 페달을 밟는 순간 최대토크를 발휘해서다. C40은 듀얼 전기모터를 장착했으며 사륜구동이다. 최고 출력 300kW(408마력), 최대토크 67.3kg·m의 주행성능을 갖췄다.
특히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4.7초. 1개월 전 포르쉐의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3.3초)와 아우디의 전기차 'RS e-트론 GT'(3.3초)를 시승한 경험이 있는데, 그에 못지않은 순간 가속력이었다.
이날 볼보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4.8초), BMW 'M235i'(4.8초), 포르쉐 '718 박스터'(4.9초), 메르세데스 벤츠 'C43 AMG'(4.7초) 등과 C40의 제로백을 비교하며 자랑했다. 그러나 C40의 최고 속도는 시속 180km로 제한했다. 안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웠다. 운전하기 편하다는 인상. 코너링 실력도 우수했다. 비결은 차량 앞뒤의 무게 배분과 배터리 구조에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40의 앞뒤 무게 배분은 52대 48이며, 배터리 모듈 하나가 척추처럼 자리 잡도록 해 차량이 흔들리는 롤링 현상이 적다는 것이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고 용량은 77.8kWh,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356km, 복합전비는 4.1kWh다. 이날 100km가량 주행에 배터리 20%포인트 정도가 감소됐다.
볼보 관계자는 "LG 배터리와 중국 배터리는 한끗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차량 2열 공간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 모듈이 하나 더 들어가 척추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까닭에 코너링과 롤링에 강하다"고 말했다.
내외부 디자인 '준수'
목적지에 도착해 차량 외관을 살펴봤다. 헤드 및 테일 램프 등 차량의 앞은 강인한 모습이고 뒤는 화사했다. 옆 모습 또한 눈길을 끌었다. 쿠페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인 때문인지 낮은 차체와 역동적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 차 전장은 4440mm, 전고는 1595mm다. 쿠페는 천장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은 자동차를 말한다. 회사 관계자는 "A필러와 C필러가 뒤로 밀린 디자인"이라며 "멈춰있지만 앞으로 나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전용 타이어와 각진 20인치 휠은 이 차가 전기차임을 상징하듯 도전적인 디자인이다.
실내는 다양한 수납 공간이 눈에 띄었다. 도어와 센터 콘솔, 앞 좌석 시트 밑 등 차량 곳곳에 있는 수납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2.3인치 디스플레이 형태가 세로이고 시야에 잘 들어오는 높이에 위치해 편리했다.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터치감도 뛰어났다.
회사는 내부 인테리어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감성이라고 했다. 전반적으로 푸르고, 까맣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차량 내부를 비추는 조명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우아했다.
안전 기능도 '눈길'…소비자 반응 어떨까
볼보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안전성은 어떨까. 전기차인 까닭에 배터리와 관련한 안전성에 초점을 뒀다. 차량 바디와 통합된 압출형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구성된 '배터리 세이프티 케이지'에 배터리를 보관하면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충돌 상황에서 배터리와 탑승객의 안전을 보호하는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서울로 복귀하는 길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테스트하면서도 안전에 대한 고려를 느꼈다. 자동으로 조향을 조정하는 기능을 주로 썼는데, 잠시만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놓으면 경고음이 계속 떴다. 편하게 운전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
반자율주행이란 편리한 신기술의 구현보다는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볼보 관계자는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운전자의 아무런 행동을 감지하지 못하면, 자동차는 자동으로 속도를 완전히 줄여서 비상등을 작동시키고 긴급 구조대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더러 있었다. 풍절음이나 차량의 정숙성, 승차감은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는데, 고속 주행에선 다소 부족했다. 후면 유리가 너무 좁은 탓에 운전중 후방 차량 파악이 쉽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졌다. 운전석과 조수석 바닥에 전선이 일부 보이는 대목도 신경이 쓰였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전기차들도 이런 특징이 있다"고 했다.
차량 가격은 약 6400만원 수준. 미국 시장 대비해서 650만원이나 싸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등 국내 다양한 사업자와 손을 잡은 차량인데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듯하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