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를 위해 정부가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실시한다.
정부는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했으며, 추후 재정 투입도 검토할 전망이다. 다만 한전의 올해 적자가 20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4641억원과 영업적자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매출은 9% 가량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보다 못한 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한전의 비용이 증가한만큼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점이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연료비는 7조6484억원인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약 93% 증가한 규모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유연탄과 LNG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LNG와 유연탄은 1년 전에 비해 142%, 191% 각각 상승했다.
여기에 한전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도 kWh당 76.5원에서 180.5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 확대에 일조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h당 202.11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200원선을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전력시장에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전력도매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 행정예고 자료에 나온 전력도매가 상한제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월 1422억원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지난 3월 한전의 전력 구입비만 7조3512억원에 달했던 점을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상한제 시행을 놓고 민간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등의 반발도 크다. 한전이 떠안는 부담을 발전사들이 분담하게 되면 발전사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민간발전협회, 집단에너지협회,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 10개 협회는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협회는 전력도매가격 상한제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전면 철회를 주장했고, 산업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 상한제 시행 이유를 설명했다.
발전사들은 한전의 적자를 민간에 떠넘기기 위해 업계와 상의도 없이 정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섰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발전업계는 "연료비 상승분은 전기요금에 부담시켜야 하는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아닌 시장 왜곡에 나서고 있다"며 "임시방편에 불과한 이런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