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협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4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협상이 1년을 넘기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협상이 결렬됐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가능성은 열려있다"입니다. 아직은 섣불리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겁니다. 전 세계 TV 시장 1위 삼성전자와 OLED 기술을 선점한 LG디스플레이의 양보할 수 없는 '밀당'(밀고 당기기 줄임말) 협상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삼성·LG, 모두 다 '아픈 손가락'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협상이 공론화된 것은 작년 4월입니다. 한 언론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죠.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가전, 스마트폰 등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두 회사가 손을 잡는다는 소식 자체가 이목을 끌었죠. OLED TV 개발 과정을 보면 이번 협상이 더 흥미롭습니다.
OLED TV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를 적용한 '꿈의 TV'로 불렸습니다. 먼저 꿈을 이룬 쪽은 LG였죠. 2011년 LG디스플레이가 55인치 TV용 대형 OLED 패널을 개발했고 2013년 LG전자가 55인치 OLED TV를 출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2013년 OLED TV를 출시했지만 수율 문제로 1년 만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OLED TV는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인 셈이죠.
OLED는 기술을 선점한 LG에도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부문은 세계 최초로 대형 OLED를 양산했던 2013년 이후 8년 가까이 적자가 이어지다 작년 4분기에 손익분기점(BEP)을 간신히 맞춘 상황입니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동안 새로운 OLED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죠.
아이러니한 점은 OLED TV 개발에 실패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6년째 전 세계 TV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죠.
지난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협상 소식이 전해진 것은 대형 OLED 시장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OLED TV 판매량은 404만8000대로 2020년(204만8000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전세계 OLED TV 판매는 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QD) 필름이 부착된 LCD를 사용한 QLED TV로 프리미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OLED의 성장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말부터 QD-OLED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전자가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은 TV 판매량 대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격에 자존심까지 걸렸다?
삼성과 LG 입장에선 이번 OLED 협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OLED를 공급받아 TV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는 고객을 다변화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서죠. 하지만 협상은 1년 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언론에선 협상이 결렬됐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업계는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배경으로 가격을 꼽습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와 소니에 OLED를 공급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에는 얼마에 공급할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가전, 디스플레이 등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그룹간의 자존심도 걸려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양사의 공식 입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것 외엔 모두 다 추정"이라며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점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보수적인 입장이죠. LG디스플레이 입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이 맞으면 공급할 수 있다"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죠.
한 업계 관계자는 "패널 공급 계약은 빠르면 6개월 안에 끝난다"며"1년 넘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 것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여러 가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두 회사가 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지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