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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아·벤츠, CATL 배터리 장착한 이유

  • 2022.06.24(금) 17:40

기아 '니로EV'·벤츠 'EQS 350'에 적용
공급안정·품질·가격·중국시장 포석 등

기아가 국내 선보인 전기차 '니로 EV'에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CATL이 현대차그룹의 주요 협력사인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아의 국내 판매 전기차에 적용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출시한 전기차 '더 뉴 EQS 350'에도 같은 종류의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들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아닌 CATL과 손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아·벤츠가 CATL 선택한 이유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니로 EV'와 벤츠 '더 뉴 EQS 350'에는 CATL의 각형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배터리는 원재료가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구성된 NCM 배터리다.

배터리 관점에서 우선 흥미로운 대목은 각형이라는 점이다.

각형은 무겁고 비싸며 형태 변경이 어려운 단점이 존재하지만, 알루미늄 캔으로 포장돼 안전성이 좋고 대량 생산도 용이하다.

값싼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란 편견이 존재하지만, 비용 측면만 고려한 판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벤츠도 각형 배터리의 무거운 특징을 개선하기 위해 더 뉴 EQS 350에 공기역학을 고려한 심리스(이음새를 줄인)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밖에 파우치형은 형태 변경이 쉽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세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다소 부족하고 가격이 비싸다.

원통형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도 좋지만 관리가 어렵고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저렴한 LFP 아닌 NCM? 

배터리 원재료를 봐도 유사한 분석이 가능하다. NCM은 니켈, 코발트, 망간 등 3가지 금속을 소재로 한 배터리를 뜻한다. 주로 국내 사업자들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니켈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중국 사업자들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LFP는 철을 많이 사용해 NCM 대비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NCM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다.

테슬라 같은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CATL의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기도 했다. 기아와 벤츠의 이번 선택은 이런 점에서 배터리의 안전성, 성능 측면을 더욱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가격만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스펙을 제시하고 경쟁 입찰을 거쳐 품질을 검증한 뒤 결정한 것"이라며 "중국 제품을 국내에선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츠와 BMW, 테슬라가 CATL 제품을 채택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벤츠 측은 기아 니로 EV에 채택된 제품과 자사차량 탑재 베터리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벤츠 관계자는 "배터리 셀을 공급 받은 뒤 도이치어큐모티브에서 패키징하는 작업,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다 우리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배터리가 제작되므로 니로 EV에 적용된 것과 같은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노림수도

이들이 중국 CATL 배터리를 채택한 더 큰 이유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노린 것이란 설명도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순수 전기차는 492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순수 전기차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판매량 10위권에서 외산차는 테슬라가 유일하다.

이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에선 최근까지 자국 배터리 사업자를 보조급 지급 등에서 우선하는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1위 사업자인 BYD(점유율 16.2%)는 중국 2위 배터리 사업자이기도 하다. 1위 CATL은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제가 최근 공식적으론 사라졌지만, 외국 완성차 입장에선 여전히 중국산 배터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CATL의 LFP 배터리를 적용한 테슬라뿐 아니라 폭스바겐이 오는 2030년까지 CATL이 주로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전기차를 팔려면 중국산을 써야 하는걸로 안다"며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 차에 중국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CATL 제품을 적용하는 것은 배터리 공급망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차원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은 현재 반도체, 각종 부품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도 쉽지 않은 시기를 겪고 있다"며 "공급선 다변화 측면에서도 다양한 배터리 사업자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수와 중국, 글로벌 시장에 장착하는 배터리가 다르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기도 하다.

수입차 관계자는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장착하면 결국 고객에게도 가격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배터리가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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