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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서 순수 전기차로 점프업 가능할까

  • 2022.06.17(금) 07:10

[전기차 vs 하이브리드 동상이몽]③
선진국 중심 전기차 대세되겠지만
상당기간 하이브리드와 공존 전망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속히 이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기차 인프라 미비, 기술적 단점, 환경 문제 등으로 시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대안이 하이브리드다. 전기차가 하이브리드까지 완전히 밀어내고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을지 살펴본다. [편집자]

"친환경차의 유일한 대안이 전기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기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에서 전기차를 팔 수 있을까요. 극단적인 예 같나요? 생각보다 이런 나라들이 많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소규모로 차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면, 생각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충전 인프라는커녕 전기 자체가 부족한 국가에서 친환경을 이유로 전기차만 팔 순 없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순수 전기차로 대전환, 현실성 있을까

렉서스코리아에서 세일즈서비스유닛을 맡고 있는 강대환 상무는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전기차 전환은 국가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상무를 만난 곳은 렉서스가 '뉴 제너레이션 NX'·'UX 300e' 등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BEV)를 출시하며 개최한 기자 간담회장이었다.

특히 토요타와 렉서스는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 자리에서 의외의 전략을 털어놓은 셈이다.

하지만 느림보가 내놓은 변명 정도로 취급해선 곤란하다. 자동차 시장이 순수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려면 충전 인프라는 물론이고 차량 안전성, 주행 거리 등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해서다.

국가별 규제와 사회적 인프라도 고려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역내 사업을 하는 기업들 역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국가에선 전기차 전환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차세대 거대 시장으로 불리는 인도만 해도 여전히 이륜차가 대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무려 87%에 달했는데, 판매 규모는 겨우 605대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이브리드 대안인가

토요타·렉서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이 하이브리드의 강자로 불리는 배경에서 제시한 독자 노선도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르노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스테판 드블레즈 최고경영자(CEO)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금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하이브리드차(HEV)가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만 보더라도 과거 6~7년 동안은 BEV만 강조를 해왔는데, 이제는 HEV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순수 전기차 기술이 더 개선돼야 하는 점과 함께 비용 문제도 언급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BEV 기술이 좀 더 고도화되기 전까지는 CO2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HEV"라며 "배터리 가격이 과거 KW당 200달러에서 이제는 130달러까지 낮아졌는데, 더 나아가 100달러까지 낮아지게 되면 (BEV의 대중화가 가능한) 비용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르노는 국내 시장에 순수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시점을 2026년부터로 보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은 2026년 순수 전기차 비중이 20%, 2030년에는 30~40%가 될 것으로 본다"며 "2026년에 BEV를 출시하는 것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순수 전기차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3%로 순수 전기차 4.8%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내연기관차(가솔린, 디젤) 판매 비중도 61%에 달한다.

차량 교체주기를 고려하면, 한동안은 다양한 연료로 움직이는 차량이 공존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점도 수입차들의 국내 시장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대차그룹, 어떤 길 갈까

사실상 유일한 한국 완성차인 현대차는 어떤 생각일까.

대외적인 메시지를 살펴보면 전기차 전환에 힘껏 드라이브를 건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123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단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초대형 투자가 순수 전기차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새롭게 짓고 있는 자동차 생산 공장을 보면 그렇다.

지난 3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에 약 15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해 최대 25만대를 생산하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기회를 모색한다는 것이 당시 발표의 골자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순수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전기차 아이오닉5 외에도 크레타, 싼타페, 소형 MPV(다목적차량)도 생산할 계획이다. 유럽과 미국 시장을 상대로는 순수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는 자세이지만,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기 전까지 하이브리드와의 '공존' 작업에 기술적 노력도 더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과 사우디 아람코가 하이브리드차량 엔진에 최적화한 연료 배합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전기차 투자 계획에서 하이브리드를 배제하고 가는 것은 아니고, 시장을 길고 넓게 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전기차로 가야겠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이른바 '전기차 선진국'은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시장 규모 모두 상당하다.

SNE리서치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EU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차량은 약 161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87만7000대, 순수 전기차는 92만대 수준이었다. 심지어 EU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기름 냄새를 아예 없애려는 것이다.

이런 시장에선 순수 전기차로 대응하되, 다른 지역에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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