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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대형 제약사들의 의미 있는 '적과의 동침'

  • 2022.07.06(수) 06:50

HK이노엔-GC셀, '세포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계약
"혁신신약 탄생하려면 대형 제약사 간 협력 필수"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들렸습니다. HK이노엔과 지씨셀(GC셀)이 차세대 세포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한 건데요. 양사는 HK이노엔과 GC셀이 각각 보유한 CAR-T, CAR-NK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세포치료제 개발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입니다. 나아가 미개척 분야로 꼽히는 고형암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인데요. 업계에선 국내 대형 제약사 간 신약개발 협업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련기사: HK이노엔-GC셀, '세포치료제' 개발 맞손(7월4일)

해외의 경우 신약 연구개발(R&D)을 위한 빅파마들의 협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많습니다. 미국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화이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출시에 성공했고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미국 일라이릴리는 당뇨병치료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을 공동으로 개발한 바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은 이제 막 활성화하는 단계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방식엔 △공동연구 △외주(아웃소싱) △단순투자 △기술도입·이전(라이선싱) △인수·합병(M&A) 등이 있는데요.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중소 제약사가 해외 빅파마와 협업하거나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국내 대형 제약사 간 협업 사례가 적었던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산업 문화 탓에 적극적인 협업을 추구하기 어려웠고요. 제약 산업 전반이 합성의약품의 복제의약품(제네릭)이나 개량신약에 집중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또 해외 진출보단 국내에서 대형 제약사끼리 제네릭 경쟁을 거듭하면서 협업하면 전략이 노출되거나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죠.

다만 최근 3년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협업 시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18년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유전성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 공동개발에 나서면서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이어 지난 2020년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리소좀 축적질환(LSD)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요. 같은 해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등 4개 사는 일본 오츠카제약이 개발한 위염·궤양 치료제 '무코스타(성분명 레바미피드)'의 개량신약을 공동으로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업계에선 HK이노엔과 GC셀의 사례를 시작으로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협업이 늘어날수록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R&D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약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신약개발 성공률 역시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은 필수 생존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 신약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 덕분에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수출 포문이 열렸습니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등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은 제조나 생산 과정이 등이 합성의약품보다 까다롭습니다.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나 재료로 하기 때문에 세포배양 등 공정과 품질관리가 더 어렵죠. 또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맞춤형 연구시설과 장비도 갖춰야 하는데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제약산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국가가 됐죠.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국내 제약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입니다. 제네릭 경쟁이 한계에 달하면서 내수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변했고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협업이 중요해진 셈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 제약사들의 협업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낸 곳은 많지 않다"면서 "혁신신약이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대형 제약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제약사 간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좋은 성과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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