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의료 체계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특히 알보텍은 기업공개(IPO) 이전에 한국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사업 시작을 알리는데 한국이 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크 레빅(Mark Levick) 알보텍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 진출 계획을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레빅 CEO는 오는 2025년까지 5개의 파이프라인을 출시, 연간 8억달러(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알보텍은 지난 2013년 로버트 웨스맨(Robert Wessman) 알보젠 CEO 등이 설립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제조 업체다. 지난달 16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아이슬란드 퍼스트노스그로스 시장에도 상장했다. 미국과 아이슬란드 증시에 동시 입성한 업체는 알보텍이 처음이다.
해외 상장 업체가 한국에서 간담회를 통해 기업 알리기에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알보텍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와의 경쟁을 염두에 뒀다. 레빅 CEO는 실제로 이들 업체가 사업 설명 자리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8년과 2020년 각각 전환사채(CB)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인연이 깊기도 하다.
알보텍의 핵심 경쟁력은 △우수한 연구개발(R&D) 역량 △폭넓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아이슬란드 기반의 대규모 생산능력(CAPA)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 직접 판매(직판) 체제를 구축 중인 셀트리온과 달리, 알보텍은 제품의 개발과 생산만 담당한다.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대신 해외 지역에서 입지를 가진 현지 제약사에 판권을 이전해 바이오시밀러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밍 리(Ming Li) 알보텍 최고전략채임자(CSO)는 "회사 인력은 R&D에 집중하고, 판매는 각자의 역량을 가진 현지 파트너사에 넘겨 더욱 효율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서 "계약 체결과 동시에 기술료 수익을 먼저 받음으로써 매출을 먼저 올리고, 해당 비용을 개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 구조"라고 설명했다.
알보텍의 주요 파트너사로는 미국의 테바, 유럽의 스타다, 일본의 후지파마 등이 있다. 회사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잠재 단계적기술료(마일스톤)는 10억7500만달러(약 1조4039억원)에 달한다.
알보텍은 현재 면역학, 안과학, 종양학 등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총 8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AVT02'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휴미라는 지난해 매출 212억달러(약 27조)를 넘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내년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AVT02는 캐나다, 유럽 시장 일부에서 먼저 출시했고, 오는 2023년 7월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알보텍은 '고농도' 제품과 '대체 가능(인터체인저블)' 전략을 통해 휴미라 시장 공략에 나선다. 고농도 제품의 경우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으면 처방 의사의 동의 없이 약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처방할 수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레빅 CEO는 "저농도 제품보다 고농도 제품을 개발하는 게 더 어려운데 AVT02는 이미 고농도 인터체인저블 바이어시밀러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 고농도 제품 출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85%까지 처방변경(스위칭)됐고, AVT02 출시 시기엔 그 비중이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미국 출시를 앞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총 9개다. 이 중 2개는 국내 바이오 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 처방 데이터를 앞세워 내년 7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유플라이마는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예상된다.
알보텍은 저농도 제품이 주를 이루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고농도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AVT02의 FDA 유사성 관련 승인은 유예 상태며, 인터체인저블과 관련해선 오는 12월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알보텍은 미국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AVT04'를 개발하고 있다.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심퍼니', 미국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의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미국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도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레빅 CEO는 "2025년까지 5개 후보물질을 모두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2025년 8억달러(약 1조원)의 이상의 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