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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리아 vs 루센티스…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대격돌

  • 2022.06.23(목) 06:50

삼바에피스·셀트리온·알테오젠 등 글로벌 겨냥
"글로벌 시장서 선의의 경쟁 통한 동반성장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안과질환인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서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 퇴화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등 실명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65세 이상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최근에는 40~50대로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 출격을 준비 중이다.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미국 리제네론이 개발한 '아일리아'와 제넨텍이 개발(글로벌 판권은 로슈와 노바티스가 보유)한 '루센티스'가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야 출시가 가능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특허만료일에 맞춰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바에피스,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시장 선두 진출

두 제품 중 특허만료가 임박한 제품은 '루센티스'로, 미국 내 물질특허가 이달 중, 유럽에서는 오는 7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루센티스는 원래 지난 2020년 6월 미국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의약품 추가보호증명(SPC)*을 인정받으면서 1년 연장된 이달까지 특허가 보호되고 있다.

*의약품 추가보호증명(SPC): 의약품 허가 등 절차상 소요된 기간에 대해 추가로 특허보호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 부여하는 제도.

국내 기업 가운데 루센티스의 시장 진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센티스'의 특허 분쟁 해결을 위해 원개발사인 제넨텍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미국에서 SPC 만료 직전인 이달부터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지난 3일 미국에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인 'SB11(수출명 바이우비즈, 국내명 아멜리부)'를 출시했다. 다른 회사들보다 한 달 앞서 미국에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내달 특허가 만료되는 유럽과 한국에서는 특허만료 직후 출시할 수 있도록 이미 지난해에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특히 빠르게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 21일 안과질환 전문 제약기업인 삼일제약과 판매계약을 맺었다. 
 
종근당은 국내 시장 진출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에서 황반변성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인 'CKD-701'의 국내 임상3상을 진행한 결과 오리지널 약물인 루센티스와 임상적 동등성을 확인했다. 종근당은 해당 임상데이터로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CKD-701'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향후 동남아와 중동 지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일동제약은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루센티스의 '바이오베터'를 연구개발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의약품(제네릭), 바이오베터는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의 효능,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으로 보면 된다. 바이오베터는 원천 특허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항체의약품으로, 타깃으로 삼는 단백질은 같지만 의약품이 효능을 발휘하는 경로가 다르다. 다만 일동제약의 루센티스 바이오베터 'IDB0062'는 아직 비임상 단계여서 허가 및 출시까지는 수년이 더 소요될 예정이다.

삼바에피스·셀트리온 등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시장 겨냥

루센티스의 경쟁 약물인 '아일리아'는 유럽에서 2025년 5월, 미국에서 2027년 특허가 종료된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삼천당제약, 로피바이오 등이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역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3월 한국, 미국 등을 포함한 총 10개국에서 황반변성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SB15'와 아일리아의 안전성, 유효성 등을 비교하는 글로벌 임상3상을 완료했다. 올해 안으로 데이터 분석을 마친 후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CT-P42'의 글로벌 임상 3상 환자모집을 완료했다. 셀트리온은 임상 3상을 통해 올해 하반기까지 총 13개국의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환자들을 대상으로 CT-P42와 아일리아의 유효성과 안전성, 약동학 및 면역원성 등의 비교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22개국 100개 기관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글로벌 임상3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삼천당제약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임상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전문 바이오텍인 로피바이오는 올해 임상3상 진행을 추진하고 있다.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선두 진출 '루센티스'와 매출 규모 큰 '아일리아'

국내에서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든 기업은 각각 5곳과 3곳이다. 이들은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진출에 각기 다른 전략을 짜고 있다. 루센티스는 특허가 아일리아 보다 먼저 만료된다.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만큼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아일리아는 루센티스 보다 매출이 더 큰 메리트가 있다. 아일리아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93억8470만 달러(약 11조2000억원)였고 국내 매출은 705억원을 기록했다. 루센티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35억 달러(약 4조4000억원)에 달하며 국내 시장 매출 규모는 약 340억원이었다. 아일리아가 루센티스 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아일리아는 특허만료까지 아직 수년이 남아있지만 글로벌 매출 규모가 커 다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면서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반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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