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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의료 메타버스가 바꾸는 세상은?"

  • 2022.07.12(화) 10:41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인터뷰
의료진 교육·치료 모니터링 등 혁신 의료 솔루션
AI 기반 디지털 트윈 제작…'의료 메타버스' 구축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 의료 체계에서 환자는 '수동적인 존재'에 가깝다.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에게 치료 결정권을 전적으로 넘긴다. 환자는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지닌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가 필요한 것을 파악해 치료를 권고하고 결정한다.

최근 이런 환자의 역할에 변화가 일고 있다. 환자 중심적 의료가 대표적이다. 환자 중심적 의료는 환자와 의사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치료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 메디컬아이피의 지향점이 바로 환자 중심적 의료다. 메디컬아이피는 환자에게 질병이나 치료 과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의료 메타버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궁극적으로 환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료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를 만나 의료 메타버스의 전망과 회사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2D 흑백 의료영상을 3D 컬러로 구현

메디컬아이피는 지난 2015년 서울대병원 1호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국내 의료 AI 시장이 진단 영역에만 집중돼 있는 반면, 메디컬아이피는 의료 데이터 활용에 중점을 둔다. AI 기술로 의료영상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이를 의료진 교육부터 수술, 치료 경과 모니터링 등 의료 현장에 적용 중이다. 의료영상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져야 보건 사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사업 방향성은 메디컬아이피의 핵심 기술에도 잘 녹아 있다. 회사는 △AI 기반 분할 기술 △의료영상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의료영상은 복잡한 인체 내부를 2차원(2D) 흑백으로 압축한 자료다. 전문 의료진조차 인체의 장기와 병변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AI 기반 분할 기술은 의료영상에서 피부, 뼈, 근육, 내장지방 등 각각의 장기를 분할하고 추출해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인체 내부 구조물을 가상현실(VR)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 /사진=메디컬아이피

조직별로 분할한 의료영상을 3차원(3D) 컬러 영상으로 증강할 수도 있다. 인체 내부 구조물을 가상현실(VR)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서다. 박 대표는 "48개의 장기를 버튼 하나만 누르면 3D로 만들어주는 기술을 상용화했다"면서 "올해 연말을 목표로 100개의 인체 장기를 디지털 트윈해 보여주는 기술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2D 흑백 의료영상 데이터를 3D 컬러 모델로 시각화하는 소프트웨어 '메딥프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통합규격인증(CE)을 받았다. 메딥프로로 구현한 인체 내부 구조물을 증강현실(AR) 기술로 확장한 '메딥프로AR'은 올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았다. AR 기술을 적용한 의료 소프트웨어가 국내 인증을 받은 건 처음이다. 해부학 실습 교육용 의료 메타버스 플랫폼 '엠디박스'는 서울대 의과대학, 제주대 의과대학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환자 중심적 의료, 메타버스에 달렸다"

메디컬아이피는 현재 의료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의 기술을 해부학 연구, 의료진 교육 등 여러 의료 산업 전반에 도입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대한해부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천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한림대의료원 등과도 의료 메타버스 분야 발전을 위한 MOU를 맺었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대 의과대학이 선택교과 과목에 회사의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 실습 교육을 도입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의료 메타버스는 해부학 연구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해부실습용 시신(카데바)을 활용한 실습은 경제적, 윤리적 한계를 지닌다. 그는 "카데바는 생체의 촉감과 탄력과 다르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드는 등 미흡한 측면이 많다"며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고, 아무리 기증받았다고 해도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실제 장기의 색감과 촉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카데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디컬아이피의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메디컬아이피

메타버스 상에서 수술을 연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메타버스로 수술을 집도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AR 헤드셋을 착용하고 허공에 손을 휘젓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같았다. 그는 "환자의 인체 내부를 AR로 디지털 트윈하면 종양의 위치, 주변 장기와 관계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미리 수술 연습도 할 수 있다"면서 "이로써 수술 시간을 20~50%까지 줄일 수 있고 수술 성공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료 메타버스를 통해 회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환자 중심적 의료다. 환자가 치료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뇌종양 수술처럼 어려운 수술의 경우 환자나 가족이 CT나 MRI 영상만으로 질병이나 수술 방법을 이해하긴 어렵다"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설명할 때 환자는 치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의견을 낼 수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의료 데이터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앨범에 자기 사진은 많아도 엑스레이(X-ray) 사진 등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저장해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의료영상 데이터를 소유한다는 건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파악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한 메타버스 상에선 환자의 뼈 무게, 심장 크기, 내장지방 비율 등 몸 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IPO 고삐'…"해외 공략 진출 가속화"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이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메디컬아이피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뒀다. 최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기술보증기금과 한국평가데이터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코스닥 기술성평가 제도는 기술성이나 상업성이 뛰어난 업체가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쳐 상장하도록 돕는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두 기관에서 평가받아 각각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해외 굴지의 의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인허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 중이다. 해외 학회 참가나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복부영상의학회 학술대회(ESGAR 2022)에 참가한 데 이어 오는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하는 유럽 영상의학회(ECR 2022)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메디컬아이피는 내로라하는 해외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메타버스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좋은 기술을 더 많은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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