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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료기기, 첫 '비급여' 진입…전환점 맞을까

  • 2022.06.30(목) 06:50

뷰노메드 딥카스, 의료 AI 첫 선진입 의료기술
"의료 AI 확산·디지털 헬스케어 성장 계기 기대"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뷰노의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가 오는 8월부터 비급여 시장에 진입한다. 새로운 의료기술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AI 기반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급여의 경우 환자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업체 입장에선 시장 진입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뷰노의 사례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안전성과 건강보험 재정 등 신의료기술평가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있다.

뷰노메드 딥카스, '비급여' 시장 진입

29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가 최대 3년간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고시' 발령을 통해 뷰노메드 딥카스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기간을 오는 8월 1일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로 확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뷰노메드 딥카스를 도입한 병원은 '24시간 심정지 발생 위험 감시' 행위 시 비급여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 운영화면 예시. /사진=뷰노

뷰노메드 딥카스는 의료진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환자의 심정지 발생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의료기기다. 전자의무기록(EMR)에 입력하는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활력징후를 분석해 환자의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점수로 제공한다. EMR이 갖춰진 모든 병원에서 활용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연령, 성별, 진료과 등에 상관없이 유효성을 입증했다.

앞선 지난달 18일 '뷰노메드 딥카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AI 의료기기가 NECA의 선진입 의료기술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 뷰노메드 딥카스를 제6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하고 이듬해 8월 뷰노메드 딥카스의 제조허가를 승인한 바 있다.

혁신 날개 '꺾인' AI 의료기기

그동안 AI 의료기기는 허가 및 급여화 절차가 까다로워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새로운 의료기술에 수반된 의료기기는 식약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해당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에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식약처 허가 단계에선 건강보험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신기술 의료기기를 써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의료기관이 직접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신기술 의료기기 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의료기관을 상대로 제품을 파는 AI 의료기기 업체도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AI 기반 진단 및 치료 솔루션 개발 업체 루닛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폐암 및 유방암 진단을 보조하는 대표 제품 '루닛 인사이트'는 2018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수가엔 진입하지 못했다. 루닛은 현재 동국생명과학 통해 해당 의료기기를 국내 대형병원에 유통하고 있지만, 제품을 파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루닛 인사이트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해외 매출은 22억2313만원이었던 반면, 국내 매출은 6억2117만원에 그쳤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건강보험 수가에 진입하려면 식약처 허가 이후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 의료기기 자체의 성능과 안전성과는 별개로, 의료기기를 통한 '새로운 의료행위'가 건강보험권에 진입할 만큼 임상적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절차다. NECA의 판별이 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가격의 일부를 지불하고, 비급여로 결정되면 환자가 의료비를 전액 지불한다.

문제는 신의료기술평가 과정 역시 복잡하다는 점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임상문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료행위를 평가해 왔다. 하지만 최초 개발 제품은 임상문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의료기관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료기기를 도입할 유인이 없으니 임상 근거를 쌓는 게 훨씬 어렵다. 실제로 전자약 업체 와이브레인은 2017년 우울증 치료기기 '마인드'를 개발해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과잉 규제라는 의견을 수용, 지난 2019년 4월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한정된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식약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 절차에 바로 진입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제도다. 최근엔 체외진단검사기술 등으로 유예 대상을 늘리고, 유예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두고 '시각차' 여전

업계에선 뷰노메드 딥카스의 비급여 진입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번 선진입 의료기술 결정으로 의료기관은 유예 기간 동안 뷰노메드 딥카스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인 임상 근거는 향후 신의료기술평가나 건강보험 수가 진입을 위한 기반이 된다. 의료 AI 기술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의료 혁신을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이후 낮게 책정된 의료기기 보험 수가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AI 의료기기처럼 기존에 없던 의료기술은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으로 수가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수가가 낮게 책정돼 원가 보전이 어려운 상황도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경험이 있는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저수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1만원을 받아야 이익이 나는 의료기기가 급여 등재 이후 8000원으로 가격이 정해지면, 의료기기를 판매해도 이익이 나지 않고 손해를 보는 구조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예 제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민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은 환자와 건강보험 가입자가 부담한다. 완벽하게 검증받지 않은 의료기술이 건강보험에 등재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료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평가하는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많은 신기술이 평가 단계에 멈춰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된 만큼 안전성, 효과성, 경제성 등을 확보한 신기술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가 검증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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