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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롯데온에 '항복'을 선언하다

  • 2022.07.29(금) 10:35

롯데온 신입 IT인력 5인 인터뷰
즐기면서 일하기·수평적 조직 문화 만족
"롯데의 거대 인프라에 스타트업을 심다"

롯데온의 신입 IT인력들. (사진 왼쪽부터)엄순호 롯데온 IT기획팀 사원, 윤희라 데이터서비스PO팀 사원, 윤지이 롯데온 체크아웃PO팀 사원, 한선규 롯데온 배송정산개발팀 사원, 김병헌 롯데온 회원PO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시 시작된 2년 전의 '인연'

그를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인터뷰이로 만났다.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듯 싶다. 위에서 시키는 일은 늘 하기 싫다. 막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어머니께서 "공부 안 하냐?"고 다그치시면 의욕이 팍 꺾이는 그런 기분 말이다. 그때도 그랬다. 회사에서 무슨 행사를 한다고 인터뷰를 해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게다가 인터뷰이가 고위 임원이었다.

임원 인터뷰를 싫어한다. 임원들은 나도 할 수 있는 말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실무진 인터뷰를 훨씬 선호한다. 그들이 회사를 더 잘 안다.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한 마디가 임원의 한 마디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현장의 생동감과는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아닌 임원도 있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기자도 샐러리맨인지라 위에서 내려온 지시는 따라야만 한다. '울며 겨자 먹기'란 이럴때 쓰는 속담이라 배웠다. 장마철이었던 탓에 온통 습기로 가득 찬 날 그를 만났다. 땀에 절어 허덕대며 인터뷰 장소로 나갔다. 너무 더웠다. 그래도 임원이니 예의는 차려야겠다 싶어 잘 입지 않는 재킷을 입고 갔다.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가 등장했다. 그가 들어오는 순간 직감했다. '당했다'.

그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충격이었다. '난 왜 재킷을 입고 왔을까'. 미리 언질을 주지 않은 홍보실 사람들이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랴. 인터뷰는 진행됐다. 그리고 빠져들었다. 임원이라고 다 같은 임원이 아니었다. 그는 인사이트가 있었다. 자신이 기획하고 추진한 일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성과도 냈다.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났지만 손에 꼽을 만큼 임팩트 있는 인터뷰이였다.

그렇게 인터뷰가 만들어졌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소주 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으레 기사가 나간 후 돌아오는 인사치레라 생각했다. 언제 보자는 정확한 날짜가 없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런데 몇 달 후 그가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을 우연찮게 들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기사 거리였다. 하지만 쓰지 못했다. 인사 기사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서다. 고민 끝에 접었다.

이후 꽤 시간이 흘렀다. 최근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의외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는 여전히 유쾌했고 인사이트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과음했다. 술자리가 이어졌고 그가 강력 추천하는 '우주에서 가장 촉촉한 노가리'를 판다는 집에까지 들러 맥주잔을 기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패착이었다. 술자리 내내 롯데와 롯데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술김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나의 얼토당토않는 지적질에도 그는 순순히 응했다. 그러다 그가 무심히-지금 생각해 보면 계획된 일이었던 듯싶다-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는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직접 한번 봐라. 최근에 신입 IT인력들을 뽑았는데 우리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그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라"고 했다. 

솔깃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변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그 최전선에 롯데온이 있다. 그는 롯데가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반드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감을 보이자 묘한 승부욕이 올라왔다. 술도 취했겠다 호기롭게 "그러자"고 했다. 솔직히 내심 '설마 바뀌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내내 찝찝했다. 단순히 숙취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사고를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주사(酒邪)를 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아, 인터뷰'. 이번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했다. 술에 취했더라도 약속은 약속이다. 내가 원했던, 궁금해서 하는 인터뷰는 아니다. 하지만 해야 했다.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은 상대에 대한 예의다. 몸과 마음이 부쩍 무거웠다.

'5대 1' 인터뷰…반전의 서막

지난 2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롯데월드타워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과 마찬가지로 잔뜩 흐린 날이었다. '술이 원수지. 내가 왜 한다고 해서'라는 자책을 해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위에서 시킨 일이 아님에도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큰 의욕이 없었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니 총 다섯 명이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얼핏 봐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사전에 홍보실을 통해 들은 정보로는 MZ세대들이라고 했다. 최근 인턴과정을 마치고 롯데온에 정식으로 입사한 풋풋한 새내기들이었다. 표정은 지극히 어색했고 얼어붙어있었다. 사실 다섯 명 인터뷰는 고역이다. 어느 누구 한 사람에게만 시선을 몰아서는 안된다. 인터뷰 내내 모두의 시선을 맞춰야 한다.

엄순호 롯데온 IT기획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시작부터 난관이다. 긴장한 인터뷰이들 다섯 명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돌입했다. 언론사 인터뷰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친구들인 만큼 쉽게 입을 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같은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들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반바지 입은 그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다짜고짜 롯데온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은지 물었다. 이번 인터뷰의 주제였던 데다, 제일 궁금한 부분이어서다. 내심 뻔한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의도가 불순해서였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엄순호 IT기획팀 사원은 "입사하고 무척 충격적이었다"며 "외부에서 바라본 롯데의 이미지는 수직적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입사 후 그런 선입견이 모두 깨졌다"고 말했다.

김병헌 롯데온 회원PO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문화다. 호칭도 '님'을 쓴다.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노력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동안의 수직적인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체감할 수 있다. 롯데라는 대기업이 갖춰놓은 인프라에 스타트업의 분위기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김병헌 회원PO팀 사원은 "개개인에게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부여한다. 분위기가 무척 활발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도 누구나 적극적으로 답변해 준다"면서 "직책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내가 묻는 사람이 과장인지 대리인지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이들을 인솔한 양재갑 IT기획팀 팀장이 주시하고 있었다. '사전 교육을 세게 받았구나' 싶었다.

윤희라 롯데온 데이터서비스PO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단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윤희라 데이터서비스PO팀 사원은 "인턴 때부터 부문장들이 대면 미팅을 흔쾌히 받아줬다. 부문장들과 계속 편하게 소통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롯데온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밝혔다. 윤지이 체크아웃PO팀 사원도 "인턴 때부터 주도적으로 모든 일을 자기 업무처럼 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슬랙, 허들을 많이 사용해 유연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은…"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그가 그토록 자신했던 가설을 허물고 싶었다. 더 독하게 물었다. 밖에서 봤던 롯데온과 안에서 체감하는 롯데온의 차이를 물었다. 인터뷰이들의 입이 풀린 만큼 좀 더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준비했던 예봉이었다. 어떻게든 부정적인 단어와 뉘앙스를 잡아내야 했다. 다소 부담스러운 질문일수록 상대가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 한선규 배송정산개발팀 사원이 나섰다. 그는 "사실 입사 전에는 롯데온을 몰랐었다"며  "입사 준비를 하면서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카테고리가 정리가 잘 돼있었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였던 만큼 개발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롯데온은 신기술을 많이 쓴다. 신기술을 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선규 롯데온 배송정산개발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윤지이 사원도 거들었다. 윤 사원은 "롯데가 오프라인 점포를 갖고 있다보니 사실 오프라인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입사하고 보니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더라도 품질에 대한 우려 없이 롯데가 가진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그대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우리만의 강점으로 와닿았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분명 부정적인 멘트를 기대했는데 답변은 긍정적인 것 일색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얼마나 강도 높은 사전 교육을 받았길래 이처럼 견고한 것일까.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을 터.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자신의 직무에 모두들 만족하지만 그래도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윤지이 롯데온 체크아웃PO팀 사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병헌 사원은 "현재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돼있어서 개별적으로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재택을 하고 있다"면서 "가끔씩 동기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동기들과 오프라인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직 많이 못 만나본 동기들이 있다. 더불어 비대면 스터디가 있어서 업무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함께 있던 동기들은 손뼉을 치며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엄순호 사원은 "신입사원이지만 테크 부문 타운홀 미팅을 주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상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 회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이벤트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윤희라 사원도 비대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동아리 개념으로 취미 등을 공유하는 채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기'를 들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지만 답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뿐이었다. 그들은 롯데온에서 충분히 즐기면서 일하고 있었다. 회사가 자신에게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이야기했던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그들에게는 상당 부분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롯데온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다.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딱 이들이었다.

이쯤 되면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우주에서 가장 촉촉한 노가리'를 씹으며 자신 있게 이야기했던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게 맞다. 직접 만나 본 그들은 밝고 스마트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MZ세대들이 일을 즐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마지막으로 포부를 물었다. 김병헌 사원은 "롯데온의 가치가 다른 이커머스를 압도해 쇼핑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순호 사원은 "롯데온의 IT경쟁력을 유니콘 기업 수준으로 올리고 싶다"며 "모든 이커머스 개발자들의 최종 목표가 롯데온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지이 사원은 "롯데온이 이커머스의 공룡이 돼 고객들이 매일 찾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노트북을 덮었다. 모두들 얼굴이 한결 밝아져있었다. 나도 그랬다. 숙제를 끝낸 느낌이랄까. 롯데월드타워를 나서자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를 만난 그때도 그랬다. 참 묘한 인연이다. 비록 항복을 선언하고 나왔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밝고 스마트한 친구들의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빙긋 웃음이 났다. 더불어 다짐했다. 다시는 술자리에서 인터뷰 약속은 잡지 않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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