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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사 코앞…롯데온에 쏠린 눈

  • 2022.12.14(수) 07:10

여전히 부진한 실적, 나 대표 거취 '안갯속'
롯데온 '디지털 DNA' 초석…'연임' 가능성도

나영호 롯데온 대표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 그룹 인사가 다가오면서 나영호 롯데온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나 대표는 롯데의 대표적인 '외부 수혈'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롯데온 '성장'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나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선 그의 연임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업실적 '아킬레스건'

일단 실적만 보면 나 대표의 입지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취임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롯데온의 실적은 답보상태다. 롯데쇼핑의 IR 자료에 따르면, 롯데온의 지난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51억원, 영업손실 378억원으로 나타났다. 누적기준으로 봤을 때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323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378억원 손실) 대비 적자폭이 확대한 수치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아직 시장 존재감도 미미하다. 경쟁사인 쿠팡, 네이버, 쓱닷컴이 몸집을 키워가는 것과 대비된다. 얼마전 쿠팡은 최근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다. 신세계 쓱닷컴도 오픈마켓 1위인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품고 계속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롯데온의 올해 3분기 총거래액은 757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쓱닷컴의 거래액은 1조4105억원에 달했다. 양사의 오프라인 역량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물론 나 대표는 그동안 '핸디캡'이 있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거버넌스 개편을 진행했다. 각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을 e커머스사업부로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인력과 자산 등이 모두 이관되는 과정에서 롯데온의 손익 반영 등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롯데온은 백화점과 마트 등 계열사의 온라인 적자를 모두 떠맡아야 했다. 아직 실적만으로 그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디지털 DNA를 심다 

영업실적을 제외하면 나영호 대표가 단기간 이끈 성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 문화 개선이다. 그는 롯데에 디지털 DNA를 이식하기 위해 영입된 인물이다. 롯데는 대표적인 '전통적' 유통기업이다. 딱딱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유독 강했다. 이는 롯데 디지털 혁신의 걸림돌이었다. 나영호 대표는 가장 먼저 MZ세대와 IT 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였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직급제도를 폐지해 부서 간 수평적 협업 시도를 확대했다. 디지털 인재가 먼저 배양 되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나 대표의 의지였다. 온라인 혁신에 걸맞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내부 임직원들에 대한 호응도 좋았다. 이렇듯 나 대표는 임기 초반 '디지털 기초 체력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롯데온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 4월이다. 

나 대표는 당시 '버티컬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인 성과도 있다. 뷰티 명품, 패션 카테고리 전문관을 연이어 선보였다. 대신 출혈을 유발하는 새벽배송은 과감히 포기했다. 최근에는 성과도 따르고 있다. 지난 9월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를 연 후 롯데온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지난 3분기 롯데온 월평균 방문자도 265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그의 앞날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관건을 곧 시행될 롯데의 인사 기조다. 롯데는 '안정 속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인사는 유임하되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해 '포인트'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서 나 대표는 불리하다. 사정이 어떻든 간에 표면적인 성과가 좋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그의 교체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롯데는 비교적 다른 기업보다 '인내심'이 부족한 기업으로 통한다. 당장의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쇄신을 단행하는 '신상필벌' 원칙이 강했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기조가 많이 바뀌어왔지만 올해 인사에도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물론 나 대표의 유임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그가 다져놓은 롯데온의 디지털 역량 때문이다. 여기에 따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 통합의 영향도 끝나가고 있다. 씨앗을 뿌리기 위한 토양을 마련한 셈이다. 무엇보다 나 대표가 다져놓은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 기반은 그가 아니면 유지가 어렵다. 본격적인 '파종'을 앞둔 시점에서 농부를 교체하는 것은 손해일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안정보다 변화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신상필벌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롯데온도 '쇄신'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나 대표의 미래는 신 회장의 의중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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